[국제] "월드컵 우승" 외치는 日축구, 웃어 넘길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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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5회 우승국 브라질을 3-2로 잡은 일본축구대표팀. [AP=연합뉴스]

전반전 결과는 똑같았다. 한국도 일본도 0-2로 끌려갔다. 지난 10일(한국)과 14일(일본) 각각 벌어진 브라질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얘기다. 후반전에 3골이 더 나온 것까지 똑같다. 다만 한국은 3골을 더 내주고 0-5로 대패 했지만, 일본은 3골을 만회해 3-2로 역전승 했다. 일본은 어떻게 브라질을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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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브라질에 0-5 완패를 당했다. [사진 KFA]

일본의 반란에 외신들은 ‘(브라질의) 역사적 패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전적 11승2무(무패)의 브라질이 사상 처음 일본에 졌다. 뒤집어 보면 일본의 역사적 승리다.

일본은 사무라이처럼 덤볐다. 후반 들어 불과 12분 새(후반 7~19분) 3골을 몰아쳤다. 만회골과 동점골은 브라질 수비수 파브리시우 브루노의 실수가 빌미였다. 역전골은 일본이 흐름을 완전히 가져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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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이 브라질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일 간 가장 차이가 드러난 지점은 하프타임을 맞는 선수들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인 일본 선수가 한 명도 안 보였다.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는 끊임없이 “(브라질전 무승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싸우자”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일본인 축구 전문라이터 요시자키 에이지는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이 하프타임 때 ‘더 강하게 압박하자’며 ‘상대 누가 나오면 누가 가라’ 등 세세하게 압박을 수정 지시한 게 전환점이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압박에 후반 7분 브라질의 실수가 나왔고, 미나미노가 만회골로 연결했다. 패배 후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은 “일본의 전방압박 탓에 빌드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브라질 미드필더 카세미루는 “후반에 우리 팀 전체가 ‘블랙아웃’됐다”고 토로했다.

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는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에 잇따라 2-1로 역전승했을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며 “‘우리가 이겨도 돼? 믿기지 않네’라는 반응 보다는 ‘우리가 해냈고, 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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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축구대표팀 모리야스 감독. [AFP=연합뉴스]

2005년 ‘일본의 길(Japan’s Way) 프로젝트’를 시작한 일본축구협회(JFA)는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모리야스 감독은 당장 2026 북중미월드컵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다. 이런 감독의 결기는 선수로 이어졌다. 브라질전을 앞두고 수비수 나카토모 유토(도쿄)는 “한국처럼 0-5로 지면 우승을 말할 수 없다”고, 결승골 주인공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는 “나도 우리 팀도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조직이 움직일 땐 야망과 큰 목표가 있어야 한다. 프랑스 같은 세계 최강과 대등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명확하다”고 전했다. 앞서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목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며 “(첫 원정) 8강일 수도, 그 이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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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5회 우승국 브라질을 3-2로 잡은 일본축구대표팀. [로이터=연합뉴스]

선수 구성과 이를 지원하는 축구협회 준비도 한·일 양국이 달랐다. 일본 대표팀 주축인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 이타쿠라 고(아약스) 등은 이번 브라질전에 부상으로 빠졌다. 신씨는 “주축 멤버가 빠지고도 브라질을 이긴 건 선수층이 두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가 많은 게 중요하다. 한국은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이 유럽 5대 리그 팀 소속이지만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잦다.

JFA의 해외파 관리도 눈길을 끈다. 신씨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유럽으로 나간 일본 선수가 18명”이라고 전했다. 기존의 선수까지 합치면 수십 명의 일본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JFA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사무소를 두고 독일과 스페인에 각각 1명씩의 주재 직원을 파견해 선수들을 지원한다. 한국도 수년 전 이런 일본을 벤치마킹하고도 실행에는 못 옮겼다. 한·일 축구의 작은 틈새가 몇 년 새 건너기 힘든 큰 골짜기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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