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韓 안전한 나라 소문났는데 어쩌다" …이태원 희생자의 父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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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넘치고, 창의적인 사람이었어요. 또 본인이 하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숨진 프랑스 출신 고(故) 리마무 게네고(당시 34)의 아버지 파스칼(62)은 아들을 “가족과 친구를 사랑한 뛰어난 요리사”라고 소개했다. 리마무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이틀 전인 10월 27일 한국에 왔다. 2019년 관광 목적으로 처음 왔었던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가 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리마무는 셰프로 일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음식들을 배워 자신의 요리에 접목하는 걸 좋아했다”며 “손재주가 좋았고, 식당도 1년 만에 크게 키울 정도로 수완도 좋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된 프랑스인 리마무의 아버지 파스칼과 여동생 아미나타가 고인의 사진을 쳐다보고 있다. 김창용 기자
리마무는 한국 입국 사흘째인 2022년 10월 29일 동생 아미나타(35)에게 “이태원에 와 있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들 에너지가 넘치고 분장도 재미있게 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리마무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미나타는 “‘오빠도 한 번 꾸며보라’고 장난치듯 답장했는데, 그게 마지막 연락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파스칼은 “참사가 났던 곳을 실제 가 보니 생각보다 너무 좁아 많이 놀랐다”며 “아들은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에 간 게 아니라 일을 보러 간 것이었는데 변을 당했다”며 한탄했다.
28일 오후 1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인 서울 종로구 소재 ‘별들의 집’에서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의 유가족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입장하자마자 벽면에 걸려 있는 가족의 사진을 쓰다듬거나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다.
유가족들은 간담회에서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고 소문나 있는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라며 “사고가 난 것도 한국 정부로부터 들은 게 아니라 대사관 등을 통해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제라도 한국 정부 초청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고, 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사고를 마주하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앞으론 많은 공유가 이뤄졌으면 한다”라고도 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10.29이태원 참사 기억 소통 공간 '별들의집'에서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한편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전날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진술 조사를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정보와 지원을 원하는지, 심리 상담 등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며 “이제서야 진정한 진상규명이 시작된다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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