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포커스

절개 부담 적은 단일공 복강경 수술
ERAS 프로그램으로 회복도 높여

선기은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난소암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병원]

52세 여성 A씨는 지난 3월 하복부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초음파 검사에서 5㎝ 크기의 난소 종양이 발견됐다. 의사는 암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수술까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그사이 암이 번질까 불안했던 A씨는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A씨는 빠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선기은 교수는 환자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주일 만에 난소암 수술이 진행됐다. 자궁과 양쪽 난소·난관, 골반·대동맥 주위 림프절, 복막, 대망(大網·대소장을 덮고 있는 커다란 그물 같은 지방 조직) 절제를 모두 다루는 광범위한 병기 설정 수술이었다.

절개 범위는 배꼽 부위 1~1.5㎝ 남짓. 선 교수는 작은 절개창 하나만으로 이뤄지는 단일공 복강경 난소암 수술을 시행했다. 출혈량은 50mL에 불과했고, 수혈도 필요하지 않았다. A씨는 수술 후 2시간 만에 물을 마셨다. 다음 날에는 무리 없이 식사와 복도 산책을 했다. 배꼽 절개 부위는 의료용 피부 접착제로 봉합돼 퇴원 직후에도 샤워가 가능했다. A씨는 수술 3일 만에 큰 통증 없이 퇴원했고, 현재 항암 치료를 잘 받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양쪽 난소 절제술을 받았던 54세 B씨 역시 최근 조직검사에서 난소암이 확인됐다. 추가 수술이 필요했지만, 다시 복부를 절개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인하대병원을 찾은 B씨는 선 교수에게 절개를 최소화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받아 암을 제거했다.

난소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진행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난소암의 표준 치료인 개복 병기 설정 수술은 복부를 명치 부근까지 절개해야 해 출혈과 통증이 큰데, 합병증으로 회복이 더디면 항암 치료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다르다. 이는 배꼽 절개창 하나로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최소침습 수술이다. 절개 부위가 작아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빨라 항암 치료를 지연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 모든 난소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난소암 수술 원칙은 여전히 개복수술이다. 개복은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종양을 철저히 제거하는 데 유리하다. 단일공 복강경은 종양 크기, 전이 범위,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해 적응증에 해당하는 초기 난소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이 수술법은 고난도 술기에 속한다. 배꼽 하나의 작은 절개창으로 골반·대동맥 주위 림프절 절제와 대망 절제까지 이뤄져야 해 의료진의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단일공 복강경·무흉터 수술팀(추성필·선기은·최화연 교수)은 모든 수술 환자에게 ‘수술 후 회복 증진 프로그램(ERAS)’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ERAS는 ▶조기 식사와 보행 ▶맞춤형 통증 조절 ▶최소침습 수술을 결합해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입원 기간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인하대병원은 이러한 회복 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환자의 안전과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다.

선 교수는 난소암뿐 아니라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에서도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다수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체질량지수(BMI) 55 이상의 초고도비만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다빈치Xi 로봇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했다. 선 교수는 “회복이 빨라지면 신체 부담이 줄고 항암 치료도 지연 없이 시작할 수 있다”며 “단일공 복강경과 회복 증진 프로그램의 결합은 안전성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치료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