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세포독성항암제 세계적 공급망 구축,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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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역량 강화하는 보령

항암제 ‘탁소텔’ 글로벌 사업권 인수
안정적인 생산 거점 확보, 유통 주도
연구개발 투자로 품질 경쟁력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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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예산 캠퍼스에 있는 항암제 생산 시설.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사진 보령]

글로벌 세포독성항암제 시장이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인다. 고난도 제조 공정과 강화된 규제,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세포독성항암제 생산라인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세포독성항암제 공급망 문제는 최근 수년간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세포독성항암제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고난도 공정 운영 능력과 엄격한 안전 기준 달성 여부다. 독성 물질을 다뤄야 하는 제조 특성상 품질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전용 시설 운영 부담도 적지 않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생산 효율화를 이유로 관련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특정 품목을 필수항암제로 지정하며 공급망 불안 문제 해소에 나섰지만, 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항암 분야 핵심 자산과 기술력 확보

보령은 지난 9월 프랑스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의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Taxotere)’의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하며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보령은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과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상표권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권 전반을 인수함으로써 보령이 세포독성항암제 분야의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탁소텔은 1990년대 중반 출시된 이후 유방암·위암·전립샘암 등 주요 고형암 치료에 사용돼 온 항암제다. 최근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나 세포독성항암제는 여전히 항암 치료의 근간이다. 다른 치료제와 함께 사용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역할은 지금도 대체가 어렵다.

보령은 한국·중국·독일·스페인을 포함한 19개국과 남미·중동 지역에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대로 탁소텔의 제반 사업을 포괄적으로 인수하게 된다. 향후 인허가 절차를 완료한 뒤 보령의 예산 캠퍼스에서 탁소텔을 생산할 예정이며, 보령이 직접 글로벌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유통·판매한다.

보령은 이번 인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전담팀에서는 사노피와의 기술 이전 절차뿐 아니라 품질관리 기준, 글로벌 허가, 생산 운영체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인수 후 통합관리 체계’를 단계별로 수립 중이다. 이 과정을 거쳐 단순한 제품 거래를 넘어 조직 내 세포독성항암제에 관한 전문성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제조·공급 체계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보령 관계자는 “세포독성항암제는 공정 안전성과 생산 지속성이 핵심”이라며 “탁소텔 인수 후 기술 이전,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한 제형 개선으로 보령이 이 분야에서 글로벌 제조 신뢰도를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령은 추후 제형 개선과 병용요법 연구, 개량 신약 개발 등 후속 연구개발 투자 계획도 구체화했다. 예산 캠퍼스의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안정성·용해성·투여 편의성을 높이는 제형 연구를 시행하고, 임상 자료를 기반으로 각국 특성에 맞춘 허가 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연구개발은 제조 이전에서 그치지 않고 제품의 수명과 가치를 확장하는 R&D 모델로 이어갈 전망이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여전히 높은 임상적 효용성을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제형 개선과 병용요법 개발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령은 이 두 가지 축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예산 캠퍼스 중심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보령의 예산 캠퍼스는 유럽연합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EU-GMP) 인증을 받은 항암제 생산기지다. 특히 예산 캠퍼스 항암제동은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 시스템과 자동화된 설비를 갖춘 세포독성 전용 생산라인으로,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 인프라로서 탁소텔 인수의 기반이 됐다.

예산 캠퍼스는 향후 탁소텔을 비롯한 오리지널 세포독성항암제 3종의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고급 기술 인력 채용과 협력업체 확대 등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보령 관계자는 “예산 캠퍼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세포독성항암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며 “한국이 안정적인 항암제 생산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은 기술의 우열보다 전문화된 역량을 얼마나 갖췄느냐로 경쟁 구도가 옮겨가고 있다. 면역·표적·세포독성 항암제는 병용요법이 확대되고 영역별 역할 분담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특정 분야에서 제조·품질 역량을 두루 완비한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데 유리해졌다.

전문가들은 보령의 탁소텔 인수를 한국 제약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나아가는 신호로 평가한다. 제조기술 내재화, 연구개발 강화, 수출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령의 세포독성항암제 전문화 전략이 자리 잡으면 한국은 글로벌 항암제 공급망의 주요한 축이자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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