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동원길' '백종원길&#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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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명예도로 '프란치스코교황로'. 사진 대전시 유성구

324개. 전국에 있는 ‘명예도로’의 개수다. 우리나라 지자체 수인 243개보다 많다. 전국적으로 명예도로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역의 상징성을 높이고 관광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지만, 무분별하게 지정되면서 의미가 퇴색하고 시민 혼란을 준단 목소리도 나온다.

명예도로는 지역사회 헌신도와 공익성 등을 따져 특정 인물, 단체 등의 이름을 도로 구간에 붙이는 제도다. 실제 쓰이는 도로명주소와는 별개다. 지자체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행정안전부에 지정 요청을 하면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5년마다 연장 여부가 심의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전국 명예도로는 324곳이다. 새 지정 건수는 지난 2022년 14건, 2023년 20건, 2024년 65건 매년 증가했다. 올해도 이미 45곳이 지정됐으며 추가 예정인 것까지 합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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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진교면에 있는 정동원길. 인기 트로트 가수인 정동원군을 찾는 팬들이 늘자 지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정됐다. 사진 하동군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이 꼽힌다. 지난 2008년 명예도로명으로 처음 쓰인 뒤 원래 이름보다 유명해지면서 지난 2020년엔 법정도로명으로 승격됐다. 부산 ‘영화의 거리’, 인천 ‘류현진 거리’ 등 관광객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도 있다. 전남 진도군 ‘송가인길’, 경남 하동군 ‘정동원길’ ‘김다현길’처럼 트로트 가수의 이름을 딴 명예도로는 팬들의 방문으로 반짝 관광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명예도로 난립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모호하거나 비슷한 이름으로 시민 혼란을 부르기도 한다. ‘프란치스코교황로’는 당진·대전·세종 총 세 곳에 있다. 서산엔 프란치스코순례길이 있다. 다만 세종과 서산의 경우 명예도로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사라질 예정이다. ‘해양경찰로’ 역시 지역마다 이름만 약간 다른 형태로 반복된다. 이태원 ‘경리단길’ 인기에 편승해 ‘누리단길’ ‘옹리단길’ 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유사한 법정도로명은 금지 규정이 있지만 명예도로에는 별도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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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명예도로가 구설에 오른 사례도 있다. 충남 예산군에는 ‘백종원길’이 조성되어 있다. 예산군은 이곳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한 지역 축제를 열어왔는데, 백 대표의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이 논란되며 올해는 독자적으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13년 인천 계양구에는 ‘박유천 벚꽃길’이 지정됐다가 그의 마약 투약 논란 뒤 폐지됐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지자체 홍보 목적으로 명예도로를 지정하는 시도는 좋지만, 유명인의 이름을 붙였다가 논란 후 폐지하는 건 지역 정체성과 장소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로는 결국 사람들의 이동과 안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명예도로 표지판이 도로명주소 표지판과 함께 설치될 경우 운전자나 외국인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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