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엿·떡 대신 '클로버'가 장악했다…수능 응원 트렌드가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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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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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수능 응원 상품들. 사진 스타벅스

D-5. 지난 3년, 아니 초·중·고 12년의 입시 마라톤을 마무리하는 ‘그날’이 다가옵니다. 오는 13일에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긴장하는 건 수험생만 아니라 가족·선생님·선후배도 마찬가지죠. 주변 수험생을 응원하며 D-100일부터 ‘수능 선물’을 건네는 것도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선물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과거엔 ‘시험에 딱 붙어라’는 염원을 담아 엿이나 찹쌀떡 선물이 주를 이루며 시험 전날 가게마다 세트 선물을 늘어놓는 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합격 기원 문구는 여전해도, 행운을 상징하거나 실용성을 내세운 선물이 대세가 됐습니다.

이 변화의 기저엔 Z세대의 정서적 특징이 깔려있습니다. 합격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 묶여, 주는 이의 무게와 받는 이의 부담을 키웠다면 요즘 선물은 따뜻한 마음과 실제 쓸모를 따지는 현실감각을 반영합니다. 오늘 비크닉에서는 수능 선물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행운’을 담은 굿즈들, 유통가를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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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행운 시리즈’ 상품들. 사진 다이소

수능을 앞둔 유통가엔 작은 행복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 굿즈가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초콜릿·케이크 같은 먹거리부터 양말·텀블러·키링 생활용품까지 곳곳에 네잎클로버가 등장했어요. 스타벅스의 클로버 모양 쿠키, 뚜레주르의 네잎클로버 케이크 등이 눈에 띄는 선물 리스트에 올라왔고, ‘10대들의 백화점’이라 불리는 다이소에서는 ‘행운 키링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이런 네잎클로버 대세 분위기에 전통적인 엿과 찹쌀떡조차도 이제는 같은 무늬를 새기거나 행운을 상징하는 선물 상자 안에 담겨 나오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네잎클로버일까요. 여기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의 심리적 안정’을 중시하는 수험생 세대의 사고 방식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들은 맹목적 목표 설정이 아닌 현재의 따뜻한 위로에 더 반응하는 세대니까요. 최근『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등 공감과 위로·격려를 담은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현상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학생 주은정(23)씨 역시 “동생이 수능 선물로 가방에 달고 갈 귀엽고 예쁜 클로버 키링을 사 달라고 했다”며 “너무 심각하지 않게 지금까지 버텨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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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레쥬르 ‘LUCK-KEY’ 패키지. 사진 뚜레쥬르

떡이나 엿보다 ‘일상 활용’ 가능한 합리적 소비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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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수능 응원 보온도시락, 텀블러. 사진 스타벅스

수험생 세대의 달라진 정서는 선물 아이템에서도 드러납니다. 실용성을 따지는 10대 수험생들은 더이상 엿이나 떡을 원하지 않습니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 선물은 ‘의례’보다 ‘실질적 쓸모’나 ‘가벼운 보상’에 비중을 둡니다. 그래서 시험 당일 요긴한 에너지바나 기능성 음료가 선호되는가 하면, 시험이 끝난 뒤 곧바로 쓸 수 있는 기프티콘·상품권이 인기 아이템으로 꼽힙니다. 올리브영·다이소·배달앱 등 평소에도 익숙한 브랜드가 ‘수능 응원 상품’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올리브영에 따르면 수능 시즌(11월 전후)에는 응원 메시지를 담은 기프트카드와 뷰티 제품 세트 판매가 평소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합니다.여기에수능 당일 ‘따뜻한 한 끼’를 위한 보온 도시락이나 수능 이후에도 유용한 텀블러 등이 실용적 기능 덕에 인기를 끕니다.

‘이벤트화’된 응원, 선물 역시 ‘아이디어 상품’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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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 서울 강남구 중동고등학교에서 재학생들이 수험생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응원을 하는 모습. 뉴스1

응원이 물건을 주고받는 데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 중동고등학교 단체응원이 SNS에서 화제가 될만큼, 최근 응원 문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트이자 이벤트로 진화하는 것이죠.

브랜드도 이에 맞춰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초콜릿 브랜드 페레로 로쉐는 지난 10월 23일부터 ‘지금 이 순간을, 황금빛으로’라는 캠페인과 함께 가장 응원을 많이 받은 학교에는 전교생을 위한 선물을 증정하는 학교 대항 이벤트를 진행했고, 농심 역시 9월부터 양파링의 원형을 ‘정답’의 상징으로 재해석해, 수험생 사연 공모와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운영하기도 했죠. 해태제과에선 지난해 인기를 얻은 ‘수능 홈런볼’을 리뉴얼해 ‘수능 홈런볼·매가 홈런볼’을 생산하면서 응원 사연이벤트와 골드럭키카드 경품 증정 이벤트도 열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는 수험생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응원하는 사람의 센스 있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죠. 스토리가 있는 선물이 주는 즐거움이 훨씬 큰 시대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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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과 해태제과, 페레로 로쉐가 수능을 앞두고 응원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 농심, 해태제과, 페레로 로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수험생들은 SNS에 ‘언박싱’을 올리는 세대”라며 엿은 자칫 ‘노력 강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네잎 클로버 아이템이나 실용적인 상품은 부담 없이 에너지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수능 선물은 ‘주는 이의 센스’와 ‘받는 이의 취향’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고도의 마케팅 상품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유행에 맞춴 선물이 아니라도 수험생을 향한 진심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너의 모든 노력이 충분히 빛나고 있다’는 따뜻한 인정, 그리고 완벽함 대신 ‘괜찮음’을 빌어주는 격려를 담았다면 충분하겠죠. 비크닉도 55만 모든 수험생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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