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루 6.6시간 혼자 보내던 그들…사내 '男모임' 조용히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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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영국 런던 고층 빌딩 전경. 영국 방송사 채널 4 본사가 런던에 있다. EPA=연합뉴스
“모임을 운영하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대화와 배움에 대한 남성들의 열망이다”
영국 방송사 Channel 4(채널 4) 내 남성 모임을 운영하는 수석 마케팅 임원 타파드즈와 무첸예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 욕구와 열망이 엄청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대기업 내 남성 사내 모임이 조용히 확산 중이라 보도했다. 채널 4 사내 남성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50여명 수준으로 격주 목요일 점심 이후 화상으로 모임을 가진다. 대화 주제는 ‘일상 속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이다. 참여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 남성으로서의 정체성, 매노스피어(manopshere·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 속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을 위해 설계된 네트워크 형식이 다른 집단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 재향군인, 성소수자(LGBTQ) 등 특정 구성원을 위한 사내 모임은 기업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반해 ‘남성 전용 모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에 직면하기 쉬웠다. 회사란 조직 자체가 남성 중심이란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약 90%, 미국 내 고위 경영진 3분의 2 이상이 남성이다. 인사 자문 전문가 크리스 매코믹은 블룸버그통신에 “남성들은 이미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위로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기업 내 공식적인 남성 모임은 드물며 모임을 운영 중인 회사들조차 이를 공개적으로 말하기 꺼리는 분위기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몇몇 회사는 남성 ‘전용’ 모임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여성 참여를 장려하기도 한다.

남산 계단을 오르는 남성 직장인의 뒷모습. 중앙일보
그럼에도 사내 남성 모임이 확산하는 이유로 블룸버그통신은 남성들도 여성만큼의 ‘연결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 필요성도 있다. 남녀 모두 직장 내 스트레스를 겪지만 여성에 비해 남성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좁아 고립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한다. 아스펜 경제 전략 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18~30세 사이 남성은 하루 평균 6.6시간을 혼자 보냈다. 이는 여성보다 한 시간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미국 남성의 약 15%는 “가까운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참여자들은 모임 활동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이롭다고 강조한다. 노동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개선은 결근을 줄이고 동료 간 유대감을 높이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영국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는 4년 전 사내 남성 모임을 만들었다. 해당 모임 참여자들은 서로에게 건강 검진을 미루지 않도록 권유하며 더 큰 건강 문제를 막고자 한다. 모임 공동 창립자 글린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판단하거나 진단하지 않는다”며 “단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대화하는 공간을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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