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가 간 반도체 주도권 경쟁…일본, 라피더스 11조 추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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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파운드리 확보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에 11조원을 추가 베팅한다. 주인공은 ‘일본 반도체 부활’의 상징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라피더스다. 미국 정부가 인텔 최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일본까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1조1800억엔(약 11조원) 규모에 달하는 라피더스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산업성과 산하기관은 라피더스에 내년 3월까지 1000억엔을 출자하고, 이듬해에 1500억엔을 추가로 출자한다. 또한 연구·개발(R&D)을 위해 2028년까지 총 93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일본 정부가 1조7000억엔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번 지원 계획으로 누적된 공적 자금 투입은 2조9000억엔(약 27조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지원을 통해 라피더스의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황금주를 확보하고 사업 진행 상황도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2022년 설립된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토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출자한 민관 합작 반도체 기업이다. 반도체 기술 및 산업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표로 현재 홋카이도 지토세에 업계 최선단인 2나노(㎚·1㎚=10억 분의 1m) 공정 팹(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서 여전히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미국 IBM과 유럽 IMEC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 7월에서야 2나노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미 TSMC와 삼성전자가 2나노 양산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운드리 기업 챙기기는 일본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8월 인텔에 89억달러(약 13조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분 1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인텔은 지분 거래 배경을 두고 “정부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AMD, 퀄컴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이 있음에도 생산의 대부분을 대만 TSMC에 의존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인텔 파운드리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대표 파운드리 기업 SMIC도 정부의 정책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자국산 AI 칩 사용 의무화 정책으로 주문이 몰리며 공장 가동률이 95.8%까지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3위 SMIC(5.1%)는 2위 삼성전자(7.3%)를 바짝 추격 중이다. 1위는 TSMC는 70.2%로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선단 공정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수율 안정화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미국 테일러 팹의 양산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삼성은 TSMC와의 경쟁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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