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대 은행, 가계대출 한도 33% 초과…대출 창구 빗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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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출 한파 현실화

‘대출 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연말을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공급 목표 대비 30%를 초과하면서다. 은행은 내년 대출 한도 축소 등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대출 빗장을 걸 수밖에 없다.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 증가 폭(정책대출 제외)은 7조895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과 약속한 연간 증가액 한도(5조9493억원)보다 32.7% 많다. ‘6·27 대출 규제’ 당시 올 하반기 대출 총량 목표를 연초 계획 대비 50% 깎은 영향도 있다. 은행별로 목표치와 비교하면 최소 9.3%에서 최대 59.5% 초과했다.

5대 시중은행으로 넓히면, NH농협은행 정도만 아직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다.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달 20일 기준 1조8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치(2조1200억원)의 약 85% 수준이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뜨거워진 ‘빚투’(빚내서 투자)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769조2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766조6219억원)보다 2조6519억원 불어났다. 이미 지난달 한 달 증가 폭(2조5270억원)을 넘어선 데다, 일일 증가액(1326억원)은 7월(1335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신용대출이 20일 만에 1조3843억원 급증한 영향이다. 월별 기준으로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4000선을 뚫은 이후 이미 열어둔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에서 돈을 꺼내 쓰는 투자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10·15 대책’ 이전 미리 신청해둔 주택담보대출은 줄줄이 실행되고 있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신규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는 은행이 등장했다. 국민은행은 24일부터 주택 구매 목적의 가계대출 접수를 중단한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규 접수는 이미 22일부터 제한됐다. 다른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전세대출 포함)을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이달 22일부터 중단됐다. 하나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를 비롯해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문제는 일부 대출 창구가 닫히면 다른 은행으로 대출 쏠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취급 중단 행렬’에 동참하는 은행 수도 증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진 가계대출 잔액 관리에 문제가 없지만, 대출 수요가 과도하게 쏠리면 신규 대출 중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요즘 비대면 대출창구(모바일 앱)에는 이른 아침부터 신청자가 몰리는 ‘오픈런’ 열기가 뜨겁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18일 신규 주담대 접수를 재개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대출 가산금리를 약 0.2%포인트 인상했지만 매일 접수 시작 후  2~3시간 안에 한도 소진으로 조기 마감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죄어서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은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을 중단하면서 금융 소비자의 불편은 물론 연말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까지 대출 절벽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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