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재 주가는 역사적 저점” 서학개미 몰린 ‘버핏 픽’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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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큰손’ 3분기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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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올해 3분기 ‘Form 13F(이하 13F)’ 공시에 나타난 현상이다. 13F는 미국 주식 등을 1억 달러(약 1500억원)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마다 제출하는 거래내역 보고서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와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이하 사이언)를 포함해 주요 기관투자가 10여 곳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투자의 큰 흐름을 짚어봤다.

◆구글, 버핏이 샀나 후계자가 샀나=버핏의 버크셔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Class A(티커명 GOOGL)’ 주식 1784만6142주를 매수했다. 3분기 말 기준 시장가치는 약 43억3840만 달러(약 6조4000억원)로, 단숨에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 비중 10위(1.62%)로 올라섰다. 버핏은 2000년대부터 구글에 투자하려고 고민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구글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핏은 2018년 5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검색엔진을) 알타비스타에서 구글로 바꾸라고 조언했는데, 앞으로 누군가 구글도 뛰어넘을 수 있겠구나 의문이 들었다(그래서 투자하지 않았다)”며 기술주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밝혔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투자 결단을 내린 셈이다.

차준홍 기자
김동희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 수석은 “구글은 AI 시대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라며 “자체 칩 개발 능력, 검색엔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동영상 스트리밍, 클라우드 등에서 쌓은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버크셔가 포트폴리오 전반을 현대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번 투자 결정은 버핏이 아니라, 버핏 아래에 있는 젊은 펀드매니저 두 명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버핏이 연말 은퇴를 앞두고 후계자들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 3분기 말 243.1달러에서 이달 21일 299.66달러로 23% 넘게 올랐다.

차준홍 기자
◆끝나지 않는 애플 매도세=반면 버크셔는 ‘애플(AAPL)’ 매도세를 이어갔다. 3분기에 4178만7236주(시장가치 약 15조7000억원)를 팔았다. 버크셔의 애플 투자 비중은 2023년 2분기 말 약 51%에서 올해 3분기 말 23%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나친 집중도를 낮추면서 차익 실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버핏은 지난해 5월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애플의 장기 전망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세금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가 앞으로 매매차익에 대한 세율을 높일 것으로 보고 미리 일부를 처분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애플이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중에 AI 역량이 가장 떨어지는 편이라 버크셔가 순차적으로 전량을 정리하려는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서학개미’ 몰린 UNH는 계속 보유=버크셔는 지난 2분기에 매수했던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 503만9564주(약 2조5700억원)를 그대로 들고 갔다. UNH는 미국 최대 민간 의료보험 기업이자 헬스케어 기업이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버핏을 따라 대거 사들인 종목이기도 하다.
유중호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익 하락폭보다 주가가 더 많이 빠졌다. 현재 주가는 역사적 저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UNH 주가는 지난 4월 11일 599.47달러(종가)에서 21일 319.97달러로 50% 가까이 빠졌는데,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7배로 지난 10년 평균치(약 22배)보다 낮다. 올해 예상되는 연간 배당수익률이 2.8%가량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유 연구원은 “수년 이상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경우에만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업황이 내년 하반기 이후나 돼야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단기적인 정책 불확실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내가 지지하거나 승인할 건강보험 정책은 자금을 직접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크고, 뚱뚱하고, 부유한 보험사들에게 단 한 푼도 가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버리, 팔란티어 급락에 베팅=영화 ‘빅쇼트’의 모델로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는 주요 AI 종목 하락에 베팅했다. 그가 이끄는 사이언은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PLTR)’ 500만 주를 주당 5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사들였다. 이달 21일 현재 154.85달러(종가)인 팔란티어 주가가 옵션 만기일인 2027년 1월까지 50달러 밑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베팅이다.
또한 사이언은 ‘엔비디아(NVDA)’ 100만 주를 주당 110달러에 팔 수 있는 풋옵션도 샀다. 2027년 12월까지 주가가 178.88달러(11월 21일 종가)에서 110달러 밑으로 하락할 거라고 판단한 투자다. 독립 애널리스트인 이윤수 ‘에릭의 거장연구소’ 대표는 “현재 AI 기업들이 쏟아붓는 막대한 지출(CAPEX)이 성장성과 수익성에 비해 과도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이언의 이번 베팅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독립 투자전문가인 스티브 번스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사이언의 대규모 하락 베팅 12건 가운데 11건이 실패했다.

김주원 기자
◆메리츠증권, 기관 10곳 거래 분석=머니랩이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버크셔·사이언 등 주요 기관투자가 10곳을 선정하고 이들의 3분기 13F 공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기관의 공통점은 ‘AI 핵심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의 중심축’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변화도 감지된다. 메리츠증권은 “글로벌 큰손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금을 집중하지 않고 일부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에 나서면서 종목별로 매수·매도 방향이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어떤 종목을 사고, 어떤 종목을 팔았는지 살펴보니 매수 상위 종목에는 알파벳·브로드컴·테슬라·팔란티어 등이 포함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앱러빈, TSMC, 램리서치, 어도비, 테라다인 등 AI 애플리케이션·인프라 기업들도 매수 상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아마존닷컴·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매도 상위 종목이었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주요 매수 종목인 동시에 대표적인 리밸런싱 타깃으로 지목됐다.

김주원 기자
◆퀀트펀드 알고리즘 역추적해 보니=수학·통계 알고리즘으로 운용되는 퀀트펀드들의 동향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갈수록 퀀트펀드가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상무)은 “전체 헤지펀드 자금 가운데 퀀트펀드 비중은 27% 수준에 달한다”고 풀이했다. 특히 세계 최대 헤지펀드이자 대표적인 퀀트펀드인 미국의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Class C(GOOG), 메타 등을 매수한 반면 애플·넷플릭스·팔란티어 등은 매도했다. 이동현 두물머리투자자문 대표는 “시가총액이 크고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한 성장성 높은 기업은 사고, 이익 등 실적이 좋지 않고 주가가 하락세인 기업들은 판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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