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내 사정인 어두운 외국인 9000명에 154% 이자… 父子 대부업 사기단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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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체류자 수천명에게 법정 이율의 7배 가까운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면 협박하는 등 불법추심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원리금 회수를 위해 별도의 사업자를 내고 허위 물품계약서를 만들어 법원 지급 명령을 받아내는 수법도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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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관(오른쪽)이 A씨 일당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父 해외서, 子 국내서… 외국인 9000명 등쳤다  

부산경찰청 반부패ㆍ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미등록ㆍ이자 초과) 혐의로 대부업체 대표 A씨(35) 등 일당 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2020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등록하지 않은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9120명에게 162억원을 불법대출해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국내 공장 등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며 태국과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출신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국내 총괄 역할을 대표인 A씨가 맡았고, 부친인 B씨(65)가 동남아 10여개 국가에 어학원을 차린 뒤 외국인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했다. B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해외 도피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아직 검거되지 않은 B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고 밝혔다.

‘물품결제’ 위장해 급여 등 압류  

피해자들은 국내에서 일하며 생활비나 본국 가족의 병원비 등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A씨 일당으로부터 90%~154%의 높은 연이율로 1인당 100만~500만원을 빌린 것으로 파악했다. 법정 이율(20%)의 최대 8배에 가까운 고리다. 가령 105% 이율로 350만원을 빌린 외국인 근로자는 선수수료 3만원을 뗀 347만원을 입금받았고, 6개월간 원금ㆍ이자를 합해 462만원을 변제해야 했다고 한다.

A씨 일당은 원활한 회수를 위해 주로 국내 직장을 둔 외국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 돈을 갚지 못하면 “급여 등을 받을 수 없게 하겠다”라거나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우편물을 보내는 등 불법 추심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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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일당이 작성한 피해자들의 불법 대출 관련 서류. 사진 부산경찰청

일당은 원리금 회수를 위해 외국인(채무자)이 휴대전화ㆍ노트북 등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매매 계약서를 만들고, 이 계약서로 법원에서 지급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법원의 지급 명령은 A씨 일당이 외국인 급여나 보험금 등을 압류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일당은 1500회 넘게 이런 식으로 지급 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급 명령서가 송달되고 이의 제기 없이 2주가 지나면 명령이 확정된다. 외국인 피해자들은 이런 국내법 체계를 잘 몰라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며 “A씨 일당은 대부업체와는 별도로 정식 등록한 사업자 명의가 있었고, 이 명의를 이용해 압류에 필요한 허위 매매 계약서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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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이어 “A씨 일당 통장에서 인출되지 않은 21억원을 확인해 동결 및 추징 보전했다. 유사 범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역별 외국인근로지원센터 등에 이런 범행 주의를 요망한다는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필요한 추가 후속 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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