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섭단위 분리 쉬워진다...'노노 갈등'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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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전면파업 2일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 담긴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노노 갈등’을 촉발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청 노조의 협상력이 느는 만큼 원청 노조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는 원ㆍ하청 교섭창구 단일화가 어려울 경우 노동위원회가 노조 간 이해관계 등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소수 노조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노동계 입장을 반영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분리가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되려 ‘갈등 촉진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에서 이미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호 인국공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조 설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노란봉투법 시범 사업장 추진을 거부한다”며 “제2의 인국공 사태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인국공 사태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으로 지목하면서 기존 직원, 취업 준비생 등이 집단 반발한 사건을 말한다. 결국 인국공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9500명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인국공 노조는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으로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직원들을 대표한다.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노조원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는 이해관계가 다르다. 장 위원장은 통화에서 "그저 교섭단위를 분리해 노사가 자주 대화하다보면 접점이 생길거라고 보는 건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노조위원장은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만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대표 교섭권을 쟁취하기 위한 한노총과 민노총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봉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섭단위를 분리할 때 “노동조합 조직 범위, 노동조합의 가입 대상 및 조합원 자격, 이에 따른 기존의 단체교섭 등 노사 간 협의 여부 및 방식” 등을 고려하게 되어 있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원청 노조가 양보하기 어렵고 하청 노조의 기대치는 너무 클 경우 인국공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간 갈등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행령에 따라 한국노총 대 민주노총으로 교섭단위가 분리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두 노총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봉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원ㆍ하청 노조간 양보와 연대가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ㆍ하청 노조간 갈등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교섭단위 분리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임금 수준이나 성과급 규모를 놓고 원ㆍ하청 노조가 충돌할 가능성이 큰데, 원청 근로자가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건 지금까지의 경험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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