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계 "노란봉투법 시행령,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무력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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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청노조가 원청 사업주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란봉투법(노란봉투법 2·3조 개정안)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0년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24일 입장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간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하는 시행령 개정을 별도로 하지 않아 향후 법적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을 확대할 경우, 15년간 유지되어온 원청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형해화되어 산업 현장에서 막대한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을 확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유지하되, 절차 중에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현재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즉 복수노조 사업장인 경우 노조들은 교섭대표 노조를 정해 사측에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새 시행령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교섭권 범위, 사용자 책임 범위, 근로조건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도록 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하청 노조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아울러 하청노조 간에도 ▶개별 하청별(직무·이해관계·노조 특성이 현저히 다를 경우) ▶직무 등 특성이 유사한 하청별 ▶전체 하청노조(특성이 모두 유사할 경우) 등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영계에서 요구한 교섭창구 단일화를 큰 틀에서 유지하되, 노동계가 요구한 교섭단위 분리를 반영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 노사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현대차는 하청업체만 수천개에 달하는데, 최대한 단일화를 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계에선 신설된 시행령 14조의11 3항 4호가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행령에선 교섭단위 분리 판단 기준으로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을 명시했는데, 이는 원청 노사 관계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청에서도 소수 노조가 이 시행령을 근거로 삼아 교섭대표인 다수 노조와 분리 교섭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라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노동계에선 여전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유지되는 점을 두고 “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시행령은 하청 노동자의 원청 교섭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날 발표한) 노조법 시행령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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