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원 차단없이 작업하다 참사”…국정자원 원장 등 19명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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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산시스템 마비 사태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는 작업자들이 전원을 차단하거나 절연하지 않고 작업하다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 등 총 19명을 업무상 실화나 불법 하도급 등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9월 27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있다. 연합뉴스
배터리 랙 전원 차단 안해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5일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국정자원 화재 원인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UPS(무정전전원장치)본체 전원과 1번 랙 전원만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또 컨트롤 박스에 부착된 전선을 분리해 테이프로 감는 절연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UPS시스템에 연결된 배터리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UPS본체의 전원을 차단한 다음 이와 연결된 각각의 배터리 랙(부속전원·1~8번) 상단 콘트롤 박스(BPU) 전원도 모두 차단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서도 BPS 차단기를 끄지 않은 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작업자 2명, 사다리 가지러 가는 바람에 주의 사항 못들어
이와 관련, 사고 당시 배터리 이전 작업을 주도하는 업체의 수퍼바이저(감독자)가 전원 차단 등 주의 사항을 전달했지만, 이 가운데 실제 작업자 2명은 작업용 사다리를 가지러 국정자원 지하로 내려가는 바람에 전달 사항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설명을 듣지 못한 이들이 작업하다 불이 났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다만 화재 현장 폐쇄회로 TV(CCTV)영상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재연실험 등을 비교한 결과, 배터리 열폭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CCTV영상 등에서는 스파크 등 현상이 발생했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충전율과 화재 원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국과수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관계자는 "다만 배터리 충전율이 높으면 연소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어떤 작업행위가 화재를 촉발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국정자원 원장 등 19명 입건
경찰은 국정 자원 관계자, 현장 작업자, 관련 업체 관계자 등 총 19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과 과장·팀장·담당자 등 4명,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작업자 등 3명, 감리업체 관계자 2명, 재하도급업체 현장 작업자 1명 등 10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국정자원 관계자들은 관리감독을 소홀한 혐의다. 또 5개 업체 관계자 10명은 불법 하도급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명은 업무상 실화와 불법 하도급 혐의 등이 모두 적용돼 실제 입건자는 19명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작업에 참여한 업체는 조달청으로부터 낙찰받은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인 소속인 것으로 드러나 결국 하도급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정안전부 차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브리핑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도급 구조는 조달청으로부터 공동 이행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한 A·B 등 두 업체(낙찰가 약 30억원)가 일괄적으로 C업체에 하도급했다. C업체는 자사 직원 2명을 일시적으로 퇴사시킨 뒤 A사에 입사한 것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대부분의 공사를 직업 수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중 일부를 D·E사에 재 하도급(각 4000만원 이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자원측은 이런 불법 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정문 앞으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경찰은 입건한 피의자를 조사하는 대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로 했다. 또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작업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고 불합리한 행정처분은 한국전기공사협회와 각 부처(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에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전기공사법에 따르면 업체 명의 대여자와 그 상대방과 하도급 제한 위반자와 그 상대방을 모두 형사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행정처분은 명의를 받은 자나 하도급 위반자의 상대방은 등록 취소 등 행정처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민의힘 최은석, 최수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 16분쯤 5층 전산실 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내부에 있던 배터리팩 384개와 전산장비 740대가 소실됐다.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 중단됐다. 정부는 지난 14일 대전 센터의 마비된 시스템은 대부분 복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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