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다카이치 속탄다…중·일 충돌하는데, 트럼프는 시진핑과 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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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2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회담 직후 이뤄진 것으로, 미·중 밀착을 경계하는 일본은 트럼프와의 통화를 공개하며 ‘미·일 우호 관계’를 국내 안팎에 과시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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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5일 도쿄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전화 통화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전화회담을 진행했다”며 미국 측의 요청임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우크라이나 평화 문제를 논의했다”며 “일·미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와 현안을 포함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열린 미·중 정상 통화 내용을 포함해 최근 미·중 관계에 관해 설명했다”며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일·미 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친한 친구이니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했다”며 지난달 정상회담 때 서로를 ‘도널드·사나에’라고 부르는 사이가 됐다는 점도 재차 부각했다.

하지만 미·중 전화통화를 바라보는 다카이치 총리의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외교상 민감한 사안이라 상세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최근 일본 국회에서 대만 문제 등 직접적이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던 모습과 달리, 이날은 외교 당국이 준비한 자료를 읽으며 신중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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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조지 워싱턴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동맹의 안보 협력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트럼프의 ‘미·중 직거래’가 일본의 외교·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미·중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전화 통화에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며 설득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대미 외교를 맡았던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미국 정책은 동아시아 전략에 그치지 않고 거의 모든 영역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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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조차 주변 참모들의 의견을 듣는 경향이 약하다는 면에서 1기 때와 완전히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미 정부가 대외적으로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미국 사람과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일본이 믿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꾸준히 설명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근의 중·일 관계 악화 국면에서 미국 정부가 일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중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에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72%였다. 중국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평가한다”는 답변도 56%에 달했다. 특히 18~59세에서는 64%가 “평가한다”고 답했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 안팎에 그쳤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정권에서 이탈했던 젊은 층의 지지가 다시 모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현역 세대 사이에서 중국의 대규모 대일 투자로 “돈을 벌어가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25일 ‘존립위기사태’(집단적 자위권 발동 요건)에 관한 기존 입장을 “개별 상황에 따라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며 “정부 견해는 완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재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내각에서 의결했다. 이는 연립 여당에서 이탈한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대표가 지난 13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이 기존 해석과 다른 것 아니냐고 제출한 질의서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중국에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되, 양국 관계 악화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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