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웃음∙감동∙용기 준 분"…대통령부터 손자뻘 후배까지 추모 [이순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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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할배'를 함께 한 이순재와 나영석PD. 사진 십오야 SNS

고(故) 이순재 배우의 별세 소식에 사회 각계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생전 함께 작업했던 PD와 배우들은 “끝까지 현장을 지키고 싶어했던 분”이라며 고인을 회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SNS에 “한평생 연기에 전념하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품격을 높여오신 이순재 선생님은 연극과 영화 방송을 넘나들며 웃음과 감동, 위로와 용기를 선사해주셨다”며 “남기신 작품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같은 날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나영석 PD는 “아침에 연락을 받고 많이 놀랐다. 선생님과 여행을 다니고 연극하시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는데, 최근 1년 간은 건강이 좋지 않아 뵙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여행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늘 ‘끝까지 무대 위에 있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성실하게 일하는 태도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허준’, ‘상도’, ‘이산’, ‘마의’ 등 이순재와 수많은 MBC 사극을 함께 한 이병훈 PD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 늘 모시고 싶었던 선배라 같이 여러 작품을 했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사위로 연을 맺은 배우 정보석은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 연기도, 삶도, 배우로서의 자세도 선생님께 많이 배웠다”며 “선생님의 모든 걸음은 우리 방송 연기의 시작이자 역사였다. 많은 것을 이루심에 축하드리고, 아직 못하신 것을 두고 떠나심에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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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호랑이 장인과 그 앞에서 벌벌 떠는 나약한 사위로 호흡을 맞춘 이순재와 정보석.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작품은 1987년 KBS '사모곡'이다. 사진 SBS

배우 김혜수는 고인의 마지막 공식석상이었던 ‘2024 KBS 연기대상’ 사진을 SNS에 올리며, 당시 그가 남긴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드린다”라는 수상 소감을 인용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공연기획자이자 배우 송승환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봄에 병원에서 뵈었을 때 거동이 불편하신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다 나으시면 다시 걸을 수 있으시겠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에 대해선 “연극계, 방송계에서 큰 획을 그으셨을 뿐 아니라 항상 후배들에게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되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인과 서울대 문리대 동문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학 때 동아리방에서 활동하는 걸 봤다”며“연극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늘 (그의 활동을) 주목해 왔다. 고마웠다”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사를 전했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도 장문의 추모 글을 통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협회는 고인의 발언인 “예술은 미완성이라 완성을 향해 계속 도전한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며 “선생님은 삶 전체를 연기에 바치셨고, 그 열정은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자로서의 업적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연기와 인생을 가르친 스승으로서의 모습도 큰 유산”이라며 “역할마다 진심으로 몰입해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연기를 보여준 분”이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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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안은 이순재 모습. 사진 KBS

오랜 시간 함께 현장을 지켜본 동료들의 추억도 이어졌다. 배우 김용건은 “고령에도 열정이 식지 않는 분이었다. 시간 관리부터 후배 지도까지 흐트러짐이 없었고, 그래서 더 존경받았다”고 말했다. 배우 최수종은 “촬영이 늦어지면 스태프가 더 곤란할 거라며 묵묵히 기다리는 태도를 선생님께 배웠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연극 ‘장수상회’(2023)에서 노년의 사랑을 함께 연기한 박정자는 “어떤 역이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온몸과 마음으로 불태우신 분”이라며 “다 이루셨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MBC 드라마 ‘이산’에서 호흡을 맞춘 박은혜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선생님께 신세를 많이 졌다”며 “작품 안에서 국민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셨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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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S 연예대상'에서 이순재 곁을 지킨 최수종. 사진 KBS

고인을 기리기 위한 조문 장소도 마련됐다. KBS는 본관·별관에 일반인을 위한 분향소를 개방해 시민들도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저녁부터 조문이 가능하며, 24일 밤 10시 45분에는 고인의 유작인 KBS 드라마 ‘개소리’ 1~4회 몰아보기, 26일 밤 11시 10분에는 2006년 단막극 ‘드라마시티–십분간, 당신의 사소한’을 편성해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아들 이종혁 씨가 상주로 나선 빈소에도 추모의 발검음이 이어지고 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되며,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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