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곳에선 대본 외울 일 없이 편히 쉬시길"...이순재 빈소에 추모 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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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순재 배우의 빈소.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 돼 있다. 뉴스1

선배님, 대사 외우실 일도 없고, 촬영하며 밤 안 새워도 되는 편안한 곳에서 잘 계시길 바랍니다.(김성환 배우)

25일 오후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소식을 듣자마자 찾아온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중 TBC(동양방송) 10기 공채로 이순재의 후배인 김 배우는 “이순재 선생님 때문에 탤런트를 시작해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이순재 선배님처럼 바르고 정직하게 살고, 열정이 많은 분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대단하신 분”이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장례식장 앞에는 나문희·최불암·박해미 배우 등 생전 고인과 작품 등을 함께 해 온 동료 배우들부터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협회장,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늘어섰다. 이날 박술녀 한복디자이너, 박경림 방송인과 배우 이승기·장용·최현욱·김성환·줄리엔강·최병서·김학철, 가수 이용, 정치계 원로인 이재오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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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원로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고인을 추모하는 후배 배우들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오 시장의 부인인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자신이 연출한 연극 ‘폭풍의 언덕’(2007)에 당시 세종대 석좌교수였던 이순재가 예술 감독을 맡는 등 고인과 여러 작업을 함께하며 인연을 쌓았다.

박술녀 한복디자이너는 눈시울을 붉힌 채 빈소에서 나와 취재에 응했다. 그는 “5~6년 전 우리 한복을 입으셨는데 너무 고우셨다. 원로 배우신데도 버선까지 마다않고 한복을 다 챙겨 입어주시고, 포즈를 해달라고 하면 별말 없이 해주셔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고인과의 기억을 회상했다. 박 디자이너는 “고인의 가족과 미리 이야기해 만들어 둔 수의를 가지고 오려 한다”고도 밝혔다.

이후 도착한 후배 배우들은 ‘선배’인 고인과의 추억을 기렸다. 결혼식 때 이순재 배우가 직접 주례를 봤던 이승기 배우는 “살아생전 제가 굉장히 존경했고 특별했던 관계였다”며 “올 초에 (이순재 배우가)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셨을 때 아내와 함께 병문안했었다. 당시 당신께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아프신데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주셨는데, 그때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고 추억했다. 이승기는 지난해 이순재와 영화 ‘대가족’에 함께 출연했다.

장용 배우는 “형님하고는 TBC에서부터 55년간 드라마를 하면서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늘 가까이 지냈다”며 “늘 말씀하셨던 게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저희가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냐’고 했다. 후배로서는 아주 귀감이 되시고 어떨 땐 멘토이고 로망이고 후배들한테는 대단하신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최병서 코미디언은 “연예계 분야를 떠나 정말 큰 스승이셨다”며 “40여년 간 만나 뵐 때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말들이었다”고 추억했다. 이어 “제가 이순재 선생님 성대모사 할 때마다 너무 좋아해 주셨다”며 짧게 성대모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박경림 방송인은 오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일정을 마치고 급히 빈소를 찾았다. “늘 저희에게 문화예술인은 이런 모습이어야 된다는 걸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라며 “제작발표회를 통해 선배님과 몇 번 뵈었는데 그때마다 좋은 말씀과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치계 원로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자리했다. 그는 “저보다 10살이 많으신데 저를 아주 좋아해서 식사도 자주 하고 가깝게 지냈다. 14대 국회에서 뵀는데, 정치하시면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을 많이 만나며 부드럽게 지냈다. 이제 세상일은 잊으시고 연기자는 다른 곳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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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배우 이순재씨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 돼 있다. 뉴스1

이순재는 이날 새벽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도중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상주는 배우자 최희정씨와 아들, 딸 등 가족이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 엄수되며,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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