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프리카·중동 순방 마친 李…'톱다운 외교'로 AI·원전 협력 …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를 끝으로 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무리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다변화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은 취임 5개월여 만에 중동·아프리카를 찾았다.

btbbfce04c28accc48233c65093bf0a252.jpg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6개월 이내에 중동을 방문한 건 이 대통령이 유일하다. 전임자인 윤석열·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취임 9개월 차와 13개월 차에 UAE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동 3개국(UAE·이집트·튀르키예)를 한꺼번에 방문했다.

구체적인 경제 협력 성과물도 눈에 띈다. 우선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초기 투자 규모만 30조원에 달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이 동참하기로 했다. 한·UAE 방산 협력도 지금까지의 단순한 수출·구매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 개발,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로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했다.

이집트에선 3~4조원 규모의 카이로 공항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이 공항 확장과 운영 분야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튀르키예에선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로 시놉 제2원전 사업에서 한국이 부지 평가 등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경제 협력의 제도적 틀도 강화됐다. 한·UAE 양국은 지난해 체결된 포괄적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과 관련해 ‘CEPA 경제협력위원회 행정 및 운영 MOU’를 체결하고, CEPA 발효 시점을 내년 초로 못 박았다. 이 대통령과 압둘 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이집트 CEPA를 추진하기로 공식화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전문연구원은 “무역과 관세를 주로 다루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CEPA는 어떤 분야에서 협력하고 투자할지 포괄적으로 담는다”며 “향후 중동 인프라 투자 사업 참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btf4dda9964888262020a723924bdf2e65.jpg

이재명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한·UAE 포괄적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의 내년 초 발효를 공식화했다. 전민규 기자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자신의 대(對) 중동 구상인 ‘샤인(SHINE) 이니셔티브’도 제시했다. 안정(Stability),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중동의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 대학 연설에서 이런 구상을 공개하며 “(중동과) 함께하는 혁신으로 공동 번영의 미래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나 압둘 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같이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거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처럼 대를 이어 집권한 중동 정상들과 ‘탑 다운’ 방식으로 AI·방산·원전 협력의 물꼬를 튼 것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UAE의 경우 오랫동안 한국과의 협력을 추진해 왔으나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과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번엔 이른 대통령 국빈 방문을 통해 그런 불안을 해소하고 협력의 폭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수한 방위 산업 협력 논의에도 구체적인 계약 액수가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는 외교에 있어서도 ‘언더 프라미스(Under-promise), 오버 딜리버리(Over-delivery)’”라며 “현란한 외교 성과를 늘어놓기보다는 실질적인 결과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21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