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與 압박할 플랜B도, 전우도 없다…국힘, '항소포기' 반격 흐지…

본문

bt9271e34d77a3e4d0f5e1057fc42617a8.jpg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7일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은 탄핵감” “제2의 드루킹 사태” 등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여권의 ‘내란 정당’ 의혹 제기에 맞서 장동혁 대표는 “외압의 정점은 이 대통령”이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반격 카드로 거론했다. 국민의힘 안에선 “최소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사퇴시켜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보름이 갓 지난 2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선 항소 포기 관련 공개 발언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①전술 부재 

국민의힘은 25일에도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수 열세로 장관 탄핵 소추 등을 단독 추진할 수 없던 만큼, 국정조사→특검 수사→탄핵 추진 등으로 파장을 확산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는 민주당을 제어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애초부터 이견이 뚜렷해 국정조사는 불발 가능성이 컸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플랜B가 없었다. 전날 송언석 원내대표는 “비상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민생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 외엔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국민적 여론이 여권에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민주당을 압박할 전략이 부재했다”며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 20일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6명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검찰의 항소 여부가 자당 의원들에게도 문제가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애매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사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를 계속 다루는 것도 힘이 빠진 상황”이라고 했다.

bt63eaf991acabcd91d2e727b0606662cf.jpg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나경원 법사위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위원회·법사위원회 주최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②야권 연대 부실

지난 11~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항소 포기에 대해 48%가 ‘적절하지 않다’고, 29%가 ‘적절하다’고 답하는 등 여론 흐름은 보수 진영에 유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 대통령을 겨냥해 “파란 윤석열이 되려고 하는 것이냐”는 등 공세에 적극 가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보수 야권 공조는 삐걱댔다. 국정조사 요구도 국민의힘 단독 행보였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연대하자는 요구가 없었다”고 했다. 전직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2018년 드루킹 특검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공동 전선을 통해 관철한 것”이라며 “소수 야당이 나홀로 거대 여당을 상대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야권에선 분열이 도드라졌다. 장동혁 대표가 황교안 전 총리와 전광훈 목사 등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강성 지지층 위주의 ‘집토끼’ 전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아스팔트 세력’이라 손가락질 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 못 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항소 포기는 이재명 정권에 치명적인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이 민주당 쪽으로 기운다고 한다. 윤석열과 절연 못하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도우미’”라고 비판했다.

bt32090d497ea7da806eb18a68fdd6017d.jpg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이자 경기도, 2026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③찬물 끼얹은 실언 

각종 실언은 여론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12일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 대회에서 나온 장 대표의 “우리가 황교안”이란 표현은 역풍을 불렀다. 장 대표는 내란특검이 황 전 총리를 체포하자 정치적 수사라는 점을 비판하기 위해 이 발언을 했지만, 원내 지도부에서도 “부정 선거에 동조하는 인사와 함께 하기는 어렵다”는 반발을 샀다.

지난 16일에는 박민영 대변인이 같은 당 의원이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 등 발언을 한 게 알려지며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20%대 지지율로 중도층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여권의 악재를 받아먹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여전히 당 내에서 ‘윤 어게인’ 등 강성 위주의 발언이 나오고 여러 실언이 반복되는 게 원인”이라고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21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