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산가리 살인' 진범 찾기 재수사…"부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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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父女)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경찰이 진범을 찾기 위한 재수사에 나섰다.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7일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미제 사건으로 분류, 전담 수사팀에 배당해 재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시 검찰로 넘겼던 초기 수사 자료를 포함해 검찰이 부녀가 범인이라고 특정한 증거와 기록 등을 모두 확보했다.

경찰은 확보한 수사기록 19권을 비롯한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마을 탐문 등을 통해 진범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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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은 부녀 측은 진범을 찾기 위해선 마을 주민 등의 제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부녀의 재심 재판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사건 초기 수사 과정에서 부녀가 지목한 용의자 한 명이 있었다”며 “그는 당시 마을 주민으로 경찰의 용의 선상에도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오래된 사건으로 새 증거 찾기가 쉽지 않아 재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진범에 대해 아는 마을 주민 등의 제보에 기대야 할 수도 있다”며 “진범이 잡혀 부녀의 누명이 완전히 벗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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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한 마을에서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한 주민 4명이 휴식 중 막걸리를 마시고 쓰러지며 시작됐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들이 마신 막걸리에서 치사율이 높은 청산가리 성분이 검출됐다.

사망자 중에는 백점선(75)씨와 그의 딸(41)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A씨(당시 59세)가 포함됐다. 경찰이 초기 수사를 했던 사건은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넘어갔고, 검찰은 사건 발생 50여일 뒤 백씨 부녀를 구속했다. 당시 검찰은 “(백씨 부녀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다 이 사실을 A씨에게 들키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백씨 부녀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도 2012년 3월 2심 원심의 형을 확정했다. 백씨 부녀는 형 확정 이후에도 검찰의 강압수사와 수사권 남용 등을 이유로 재심을 신청한 끝에 지난해 1월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부녀는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까지 약 15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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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지난달 28일 재심 재판부는 “검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는 부녀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무죄 판결 7일 만에 상고 포기 입장을 내자 경찰은 즉시 재수사 의지를 밝혔다.

검찰은 상고 포기 입장을 밝히며 “적법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오랜 기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백씨 부녀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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