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 의지 확고하다”는데…조규홍 '선처'가 드러낸 용산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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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이 지난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돌아온다면 적극적으로 선처하겠다”

지난 11일 KBS라디오에 출연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발언이다. 조 장관은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이같이 촉구하며 “법령을 위반한 의료인에게 상응한 처벌과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단서도 달았다.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따져보면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은 듯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조 장관의 ‘적극적 선처’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날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엄중 대응과 조 장관의 적극 선처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의료개혁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의사분들의 복귀를 환영하지만 언제까지 인내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적극적 선처’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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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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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조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의료 갈등 장기화에 대한 용산의 고심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최근 들어 용산 내부에서도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대화의 문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어서다. 지난주 사법적 처리를 앞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불행한 사태를 막는 방안 중엔 대화도 포함될 수 있다”며 “실제 의료계와 여러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이같은 대화의 제스처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의 후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화는 대화대로 하겠지만, 의료개혁 문제는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가 실현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곧 붕괴할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한 용산 참모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가장 단호한 사람은 윤 대통령인데 숫자에 변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전임의들이 사직 의사를 밝히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선, 최대한 설득을 하되 전임의에 대한 업무복귀 명령도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정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복지부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한 총리는 “복지부는 전문병원이 수준 높은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성과에 따른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며 “수가 체계부터 응급환자 이송 체계까지 전문병원 육성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수가 지원에 병원 규모별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높은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는 각종 전문병원이 전공의에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보다 낮은 수가를 받아온 현 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 총리는 전날 수도권에 유일한 뇌혈관 질환 전문병원인 서울 명지성모병원을 찾아 현장 의료진의 건의를 들은 후 이같이 지시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현행 대형병원 시스템의 핵심 문제 중 하나가 병원 규모에 따른 정부의 수가 지원 정책이었다”며 “전공의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 의료 시스템을 속도감 있게 개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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