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베네수엘라 상공 폐쇄 선포…WP "공습 전 취하는 첫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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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왼쪽)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영공을 “폐쇄된 것으로 간주하라”고 선포하면서 카리브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식민주의적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러시아·중국 등 ‘반미 연대’로 불리던 우군은 조용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모든 항공사·조종사·마약상·인신매매자들은 베네수엘라 상공과 주변 영공이 폐쇄됐다고 간주하라”고 적었다. 별도 행정명령은 없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영공 폐쇄는 본격 공습이나 군사작전 이전 취해지는 첫 조치”라며 미국의 작전 확대 가능성에 염두를 뒀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 과이라 주 마이케티아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 AFP=연합뉴스
이번 선포는 카리브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미 9월 초부터 ‘남부 작살(Operation Southern Spear)’ 작전을 통해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수 용의 선박을 집중 저격해 왔다. WP에 따르면 현재까지 20여 척이 타격을 받았고 80명 이상이 사살됐다. 첫 공습 당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모두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고 한다. 1차 공격 후 생존자 2명 추가 살해한 정황도 드러나면서 전쟁범죄·살인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항공모함 전단, 구축함, F-35B 전투기, MQ-9 리퍼 드론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규모 배치된 상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트럼프 발언을 “식민주의적 위협”이자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공격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에 규탄을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군사 충돌 시 정면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역 병력은 약 12만5000명으로 추산되지만, 저임금·부실 훈련·노후한 러시아제 장비 등으로 “전력은 붕괴 직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수호이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와 항모 전단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아라과 주 마라카이의 리베르타도르 공군 기지에서 2025 베네수엘라 산업 항공 박람회가 열렸다. 사진은 베네수엘라 공군 K8W 항공기 편대가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다. AFP=연합뉴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군은 정면충돌 대신 ‘장기 소모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군은 전국 280개 거점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고 미군이 침공할 경우 게릴라전·파괴 공작에 나서는 ‘장기 저항(prolonged resistance)’ 구상을 갖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최근엔 러시아산 이글라 미사일 5000발을 추가 배치했다고 한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오히려 치안을 일부 붕괴시켜 혼란을 야기하는 ‘무정부화(anarchization)’ 전략까지 검토되고 있다.
카리브해 긴장의 배경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트럼프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무력 사용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는 자신의 금융제재와 형사고발 혐의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더 애틀랜틱은 이달 초 전문가 기고글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영향력 확대가 아니라 ‘영역 지배권의 재획정’을 노린 미국의 야심찬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리처드 그레넬을 베네수엘라 특사로 임명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광물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한 점도 주목된다. 베네수엘라는 석유·금 외에도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 콜탄이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부터)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토람 베트남 국가주석과 그의 아내 응오 프엉 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80주년 전승절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한편 ‘반미 연대’ 국가들은 비교적 조용하다. WSJ는 “권위주의 축(axis of authoritarianism)이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군사 지원 대신 축전과 상투적인 외교문구만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군사·재정 여력이 제한됐고, 중국은 경기 둔화와 미·중 협상 압박으로 베네수엘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마약과의 전쟁 강화를 내세우는 가운데 트럼프는 마약 밀매 혐의로 징역 45년을 선고받은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전면 사면’하겠다고 지난 28일 밝히며 “자기모순(뉴욕타임스)”이란 비판을 받았다. 친미보수 성향의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6월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으로부터 400톤 이상의 코카인 미국 유입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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