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동혁 ‘계엄1년’ 기자회견 안한다... 초재선, 따로 사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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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되는 3일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 장 대표의 ‘계엄 사과’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국민의힘 일부 초·재선 의원은 지도부와 별개로 당의 혁신을 약속하는 사과문을 발표한다.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과 장 대표의 취임 100일이 되는 3일 장 대표는 따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계획이 원래부터 없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기자회견 자체가 열리지 않는 만큼 장 대표가 계엄 사태에 대해 따로 사과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장 대표 주변에선 여전히 “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어떤 메시지를 낼지 장 대표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메시지 내용이 판이하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추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발부 여부, 국회 상황, 여야 협상 결과 등을 무겁게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 정한 게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 전 원내대표의 영장이 기각되면 우리에게는 반격할 여유가 생긴다”며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대여 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했다.

재선 의원 중심의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은 3일 발표할 사과문 초안을 최종 확정했다. 사과문에는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성찰과 반성 그리고 뼈를 깎는 혁신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인 혁신 방안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과 비상계엄령 선포 사과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옹호 세력과의 정치적 절연 ▶당명 변경을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이 담겼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용기 있는 단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께 다시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과문을 맺었다. 이날 오후부터 사과문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동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과문에 동참하는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메시지가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사과문을 준비한 까닭은 장동혁 대표가 3일 비상계엄 사과 등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호남을 제외한 전국 각지를 돌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사과보다는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규탄 등 대여 투쟁에 골몰했다. 지난달 28일 대구 장외집회에선 “계엄 사태에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모두가 우리 당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인천 장외집회에선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는다면 의원들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사과문에 관여한 초선 의원은 “지금까지 언행을 보면 사과를 안 하겠다는 빌드업 아니냐”며 “특히 대구 집회 발언에 실망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3일을 시작으로 비상계엄 사태와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당이 반등할 수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가 사과를 하더라도 사과문을 별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관건은 참여 규모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원내교섭단체 수준인 20여명을, 박정하 의원은 1일 라디오에서 30명을 언급했다. 사과문 발표를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몇 명이 참여한다는 식으로 공표를 해서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동참할 의원 수가 적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그리고 뼈를 깎는 혁신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으면서 비상계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동안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동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추락하고, 우리 국민은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당시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물론 당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줄 탄핵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웠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의 틀 내에서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지금 국민께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폭주와 실정을 우려하고 비판하시면서도 동시에 야당인 국민의힘을 더 크게 꾸짖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는 불법적인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그리고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우리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리면서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 드립니다.

첫째, 저희는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행위로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존중하고, 당시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둘째, 저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옹호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셋째, 저희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하고,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민생 정당, 정책 정당, 수권 정당으로 당 체질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저희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용기 있는 단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께 다시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저희 앞날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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