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벌써 1200명 숨졌다…"코끼리도 쓸고 갈 정도" 동남아 폭우 악몽

본문

동남아시아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1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폭우 강도가 높아진데다, 난개발과 부실한 재난방지 시스템이 피해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2일(현지시간) 기준 각국 재난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최소 659명, 스리랑카 410명, 태국 181명, 말레이시아 2명이 숨졌다. 부상·실종까지 포함한 사상자는 2100명을 넘는다. 여전히 실종자는 많아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bt7823ebc651fdc34710b4d2c6ed068e9b.jpg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비르엔 푸상간 강에서 홍수가 발생한 동안의 위성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btd2cec4c765d321091dacf4207d3fe9b8.jpg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파당에서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인해 쓰러진 나무 잔해 속 한 여성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장 큰 피해 본 곳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이다. 사이클론 ‘세냐르(Senyar)’가 상륙해 지난주 내내 쏟아낸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선 집과 다리가 통째로 휩쓸렸고, 도로와 통신까지 끊긴 상황이다. 주민들은 “모든 것이 사라졌다(CNN)”, “물살이 코끼리도 쓸어 갈 정도(가디언지)”라고 토로했다. 특히 구조와 구호물자 전달이 헬기에 의존할 정도로 열악해 생존을 위한 약탈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이번 재난을 2018년 술라웨시 지진·쓰나미(2000명 이상 사망)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라고 평가했다.

세냐르의 피해는 말레이시아로도 퍼졌다. 수만 명이 대피했고, 일부 고령층은 집이 침수돼 들판 등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한 70대 여성은 “물이 바다처럼 밀려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bt3d0175271c5e7062412b4e2ba8bbcba9.jpg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태국 핫야이의 침수된 들판의 위성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bt68c9b2214d50d7ba355b417a236204de.jpg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태국 남부 송클라에서 현지구조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홍수에 잠긴 차량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국 남부는 10년 만의 최악의 홍수를 겪었다. 특히 핫야이 지역은 비상사태가 선포될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 시내 상당 부분이 2.5m까지 잠겼다. 병원과 요양원까지 침수되며 환자들이 헬기와 보트로 옮겨졌고, 주민들은 “살아남는 것 외엔 생각할 수 없었다”고 CNN에 말했다.

또 다른 사이클론 ‘디트와(Ditwah)’가 강타한 스리랑카 전역은 물바다가 됐다. 아누라쿠마라디싸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가 역사상 가장 큰 재난”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외신에 따르면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보았고 1만5000채가 넘는 가옥이 붕괴 또는 침수됐다. 약 14만 명이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며, 일부 지역은 나흘째 고립돼 전기와 통신조차 끊긴 상태라고 한다.

bt2a33df484b6f397d3e0d3b2c9400e431.jpg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의 침수된 주택과 건물을 가까이서 본 위성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이유로 기후변화와 취약한 지역 인프라를 지목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해수와 대기 온도 상승으로 사이클론이 더 빠르게 강해지고,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면서 한 번 비가 내릴 때 쏟아지는 강수량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또한 온실가스로 인한 더워진 기후 때문에 폭풍을 분산시키는 윈드시어(수직 또는 수평 방향의 풍속 변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의 불법 벌목과 팜유 농장 확장이 산사태·홍수를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마트라 섬중부타파눌리의 지방정부 수장인 마신톤파사리부는 로이터통신에 “언덕에서 불법적으로 벌목하고, 많은 지역에 야자나무(팜)를 심은 것이 홍수와 산사태를 악화시켰다”며 “이 행위가 오랑우탄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다.

btf7d8398c8443f31d353d07a89eb31331.jpg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베트남 다크락에서 홍수가 물러간 후 사람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에선 각국 정부의 늑장 대응과 경보 체계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태국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괜찮다고 했지만, 대피령이 내려졌을 때는 이미 물이 가슴까지 차 있었다”고 가디언지가 전했다. 피해 인접국인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도 잇단 폭우에 대한 정부의 준비 부족과 예산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관련기사

  • 동남아 덮친 '최악 폭우'…인니∙태국∙스리랑카서 700명 넘게 사망

  • 필리핀, 슈퍼태풍 풍웡으로 사망자 최소 18명 발생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60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