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농구 대표팀 정식 감독? 이젠 본업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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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은 전희철 서울 SK 감독은 아시아 톱클래스 중국을 상대로 12년 만의 2연승을 거두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김경록 기자

“넘지 못할 것 같던 ‘만리장성’(중국)을 한국 농구가 밟아버린 거잖아요. 요즘 말로 ‘국뽕’(국가적 자부심)이 차오른 순간이었어요.”

한국 농구대표팀 임시 사령탑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52) 감독은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 1일 원주DB프로미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중국을 90-76으로 완파했다. 지난달 28일 베이징 원정 1차전 승리(80-76)에 이어 2연승이다.

FIBA 랭킹 56위 한국이 27위 중국에 2연승 한 것은 12년 만이다. 역대 전적도 17승36패로 격차를 좁혔다. 전 감독은 ‘중국 킬러’의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야오밍(2m29㎝)이 버틴 중국을 상대로 20득점 하며 102-100 승리에 앞장섰다. 그는 “이번 승리로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얻은 게 큰 수확”이라고 자평했다.

악재 속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한국은 지난 8월 아시아컵 8강전에서 중국에 71-79로 졌다. 이번 월드컵 예선 2연전도 “잘해야 1승”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주전 포워드 여준석(시애틀대)이 소속팀 일정으로, 베테랑 최준용과 송교창(이상 KCC)도 부상으로 빠졌다. 감독 선임도 늦어져 전 감독이 임시 감독을, 조상현(49) 창원 LG 감독이 임시 코치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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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비결은 전 감독 특유의 ‘분석 농구’다. 그는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에는 호쾌한 플레이의 고려대 수퍼스타였지만, 감독이 된 뒤로는 꼼꼼한 데이터 분석을 자랑한다. 그는 “준비 시간이 길지 않은 데다 부상 선수가 많아 강점을 극대화하기 어려웠다. 대신 임기응변으로 압박과 수비를 보완했는데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하윤기(KT)와 이원석(삼성) 등 빅맨들이 강한 압박 플레이로 상대를 가두고 에이스 이현중(나가사키)과 이정현(소노)이 3점 슛을 꽂는 전략으로 ‘장신숲’ 중국을 초토화했다. 전 감독은 “크지만 느리고 수비가 약한 중국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슈터들이 돋보였지만, 결과적으론 빅맨 등 모든 구성원이 잘해줘 가능한 플레이”라고 공을 선수 모두에 돌렸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 전 감독은 곧바로 소속팀에 복귀했다. 그는 “주변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니 대표팀 정식 감독이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큰일 날 소리다. 제발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손사래 쳤다. 지난 시즌(2024~25) 정규리그 우승팀 SK는 올 시즌 5위(9승8패)로 처져 있다. 그는 “‘투잡러’가 얼마나 힘든지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단기 알바(대표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못 쉰다. 본업(소속팀)이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전 감독은 대표팀에서 코치로 호흡을 맞춘 조상현 감독과의 맞대결을 별렀다. SK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조 감독의 LG에 져 준우승했다. 전 감독은 “조 감독과 대표팀에서 작전을 구상하면서 둘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우린 결국 적으로 만나야 할 숙명”이라며 “중국전 승리를 합작한 기억은 잠시 접어두겠다. LG를 넘어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프전 석권)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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