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경호 기각’ 한숨 돌린 국힘…장동혁 ‘계엄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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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앞에서 구속 영장이 기각된 추경호 의원을 마중한 뒤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게 제기한 혐의다. 하지만 계엄 1년인 3일 추 의원이 구속을 피하면서 자칫 내란 정당 프레임에 발목 잡힐 뻔 했던 국민의힘은 일단 한숨 돌렸다. 이날 추 의원이 서울구치소에서 나오자 덥석 손을 잡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이 이재명 정권의 내란 몰이 폭거를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했다.

추 의원 영장 기각으로 국민의힘이 얻은 소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계엄 당시 지도부 및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을 겨냥한 특검의 추가 수사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추 의원이 구속되면 정당 해산에 맞서 의원직 총사퇴라도 하자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을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했는데, 영장 기각으로 전열 정비 시간을 번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계엄 이후 줄곧 국민의힘을 괴롭혔던 내란정당 프레임과 더불어민주당의 위헌정당 해산 공세를 받아칠 근거를 마련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원이 단순히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차원이 아니라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 여지가 있다’고 한만큼 민주당의 내란 정당 공세는 힘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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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새벽 구속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당내에는 여전히 “추 의원 영장 기각은 천만다행이지만, 불리한 정국은 달라진 게 없다”(수도권 의원)는 냉정한 평가가 더 많다. 특히 3일 장 대표가 내놓은 계엄 1년 메시지에 당은 크게 들썩였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대신 SNS를 통해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로 뭉쳐 싸우지 못한 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선 “정권 6개월은 암흑기였고, 민생·경제·국민을 포기한 3포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진영 결집 및 정부 비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대목을 두곤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발언”(영남 중진 의원)이라는 내부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일부 소장파는 장 대표 대신 사과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은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자유 민주주의를 짓밟은 반헌법·반민주적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4선 안철수, 3선 김성원·신성범, 재선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이성권·조은희, 초선 김소희·김용태·김재섭·안상훈·진종오 의원 등이 사과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나라를 망쳤다면, 이 대통령은 딱 계엄만 빼고 나쁜 짓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의 메시지는 계엄 사과 입장을 담은 송 원내대표의 메시지와도 결이 달랐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국정을 마비시킨 극도의 혼란 속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며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 모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자칫 메시지 충돌로 비칠 수 있는 투톱의 입장문에 대해 당 관계자는 “양측이 사전에 세밀하게 메시지를 조율했다. 특히 이재명 정권 6개월이 국정 실패라는 점을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 모두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당 안팎의 시선은 장 대표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최근 세 달째(한국갤럽 9월 1주차~11월 4주차 조사) 지지율 24~26%에 갇혀 있다. 정당 해산 위기에선 한 발짝 벗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국민의힘을 대안 정당으로 보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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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의원 등 소장파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반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장 대표는 일단 연말까지 대여 투쟁에 집중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급격한 유턴보다는 긴 호흡으로 민생을 챙기고,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야당으로 서서히 변모해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지금 국민의힘의 문제는 결집의 부재가 아니라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전혀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정당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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