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트럼프, 우라늄 농축 5대5 동업 제안"…농축 권한 확대 두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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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한·미가 협의 중인 한국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농축 우라늄을) 자체 생산하고 '5 대 5'로 동업하자고 했다"고 처음 밝혔다. 대통령실은 "더이상 논의된 바 없다"고 했지만, 이전에는 러시아로부터 상당 부분 수입해온 농축 우라늄을 한국이 자체 생산함으로써 동맹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일 수 있어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우라늄 등 핵연료를 어디서 수입하느냐'고 물어서 '러시아에서 30% 수입한다'고 하자 '(농축 우라늄을 한국이) 자체 생산하면 많이 남겠네'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5 대 5로 동업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등 한·미 원자력 협력 강화가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그간 정부가 미국에 강조해온 맥락과도 연결된다.
다만 우라늄 농축에서 ‘5 대 5 동업’이란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한국이 농축 경험이 없는 만큼 미국 측이 기술과 인력, 설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동업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맡겼다"고 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원자력 협정을 통해 규정하는 농축·재처리 문제는 주로 국무부와 에너지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 수장인 러트닉 장관을 지목한 건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러트닉 장관은 한·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 발표 전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문안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를 자국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과 연계해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 한 것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초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발언 뒤 대통령실은 별도의 언론 설명을 통해 "한·미 간 5 대 5 협력 등은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바 있으나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축 권한과 수익 배분을 맞바꾸는 것이냐는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자 이를 일단 진화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이어 대통령실은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양국 간 원자력 분야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지속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당장 한국에 자체 농축 권한을 내줄 가능성은 작다. 그렇다고 러시아 의존분을 미국산으로 전환하거나 자체 생산을 하더라도 그 수익의 절반을 미국이 가져간다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팩트시트에 농축·재처리 문구가 들어갔다고 해서 성과로 단정할 수 없으며 실제로 미국이 무엇을 내어주는지 확인돼야 한국도 움직이는 ‘액션 포 액션’(action for action) 원칙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 노력을 묻는 질문이 제기됐으나 이 대통령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한국 국민이 억류돼 있다는 것이 맞느냐”며 억류 시점 등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질문을 던진 미국 NK뉴스의 채드 오 캐럴 기자가 “북한 관영 매체 보도로도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며 억류 경위와 역대 한국 정부의 대응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정부는 그간 꾸준히 이들의 석방을 공개 요구해 왔으며, 유엔도 이들의 억류 사실을 수차례 확인했다.
북한은 2013~2017년 사이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씨와 한국 국적의 탈북민 3명 등 한국인 6명을 억류했다. 북한은 이들에게 간첩죄와 비법국경출입죄 등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고, 생사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최근 유엔 문서를 통해 탈북민 박정호 씨가 추가로 억류된 것으로 파악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이 총 7명에 이른다는 지적도 있다.
국군 포로 500여명도 귀환하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자력으로 귀환한 생존 국군 포로 6명 중 4명은 지난달 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군 포로의 날 지정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영옥 기자
야권에선 비판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외교관 출신의 김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억류자가 있다는 기본 사실조차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납북·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의 송환이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군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도 "종북몰이 등의 정치적 소재가 될까 걱정돼 차마 말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는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조정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재는 한국이 중·일 양측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군사적, 외교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어야 가능한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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