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계엄 1년 지난 3일 밤…다시 시민이 여의도 국회대로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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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1년이 된 3일, 국회 앞 거리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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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통령도 죄지으면 재판받아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이규림 기자

온도계가 영하 4도를 가리킨 오후 2시쯤, 차가운 바람이 거칠게 부는 와중에도 법복만 걸친 스님 8명과 유튜버 등 50여 명이 국회 앞 인도에 자리를 잡았다. 애국가를 제창하고 미국 국가를 튼 뒤 성조기에 대해 경례를 마친 이들은 ‘이재명을 재판하라’ ‘대장동 항소포기 특검하라’ 등 각자의 요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미친개를 몽둥이로 때려잡자”거나 “국민이여 깨어나라”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진모(60대)씨는 “(윤 전 대통령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정당하게 계엄했는데, 이런 부분은 언론에 안 나와 직접 외치러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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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가한 강모(67)씨가 직접 수선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 곽주영 기자

오후 3시쯤 집회 참석 인원은 25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늘었다. ‘우리가 윤석열이다’를 목 놓아 외치던 최모(29)씨는 “통계학 전공인데, 선거에서 있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와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시위에 몰입해야겠다고 생각해 지난 대선 이후 퇴사한 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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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집회에 참석해 있다. 이규림 기자

오후 4시쯤부터는 이날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비상행동)’ 측이 예고한 ‘시민대행진’에 참석하려는 시민들이 도착하면서 곳곳에서 갈등도 벌어졌다. 자유대학 측이 “윤석열”을 외치면 파란 옷을 입은 유튜버들이 욕설로 응수하는 등 신경전이 계속되자 결국 경찰이 현장 통제에 나섰고, 주변에서 장사하는 식당 직원들은 귀를 막고 인상을 쓰기도 했다. 천안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50대 부부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시위할 때 늘 와서 방해한다”며 경찰들에게 “왜 우리는 시위 제대로 못하게 하냐”고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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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곽주영 기자

오후 5시를 지나며 해는 점점 저물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퇴근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왔다는 이모(44)씨는 “7시에 이재명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 11시까지는 보다가 가려고 한다”고 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오후 7시부터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과 함께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 행사를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경호 문제를 우려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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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 주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국회대로 바닥에 앉아 있다. 김창용 기자

시민들은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길바닥에 앉아 현장을 지켰다. 광화문에서 퇴근하자마자 여의도로 달려왔다는 김모(25)씨는 “1년 전에도 국회에 왔었는데, 그때와 오늘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계엄 1년보다는 계엄 해제 1주년이라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날 저녁 시민들은 ‘내란 청산’ ‘국민 주권 회복’ 등이 쓰인 피켓과 응원봉 등을 들고 있었다. 여의도에서 근무한다는 이모(32)씨는 “계엄 당일에는 회식을 하고 집에 가서 자느라 못 나왔고, 일이 바빠 집회도 거의 나오지 못했다”며 “1년이 됐으니 죄책감도 덜 겸 해서 퇴근하고 왔는데, 되도록 끝까지 있다가 가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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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비상행동은 집회 이후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약 5400명을 배치해 충돌을 방지하고, 교통경찰 270여명을 배분해 교통 흐름 등을 최대한 원만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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