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도 공략 나선 K조선...HD현대 신규 조선소 검토
-
12회 연결
본문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에 이어 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 감소로 ‘피크아웃’(Peak-out·정점 통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도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기 위한 포석이다.
HD현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마두라이에서 스탈린 주 총리, 라자 산업부 장관,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총 투자 규모는 약 20억 달러(약 2조9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HD현대가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 투자청과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샨타누 로이 BEML 회장과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오른쪽)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이번 협약은 인도가 조선산업 육성을 위한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을 추진하는 가운데 성사됐다. 인도 정부는 타밀나두, 구자라트, 안드라프라데시 등 5개 주를 신규 조선소 후보지로 지정하고, 적합한 부지를 물색 중이다. 이 중 타밀나두는 조선소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전략적 파트너로 HD현대를 낙점했다.
특히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타밀나두 주 투투쿠디는 울산과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갖춘 데다, 현대차·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이미 진출해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인근 항만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예정돼 있어 향후 사업 확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HD현대가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누적 선박 수주량은 1938만 CGT(표준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국내 조선사들도 2~3년 내 수주잔량 소진 이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는 신흥 유망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올해 약 2500억 루피(약 4조1000억원) 규모의 해양개발기금을 조성하고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켄 리서치에 따르면, 인도의 선박 건조 및 수리 시장 규모는 2022년 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억2000만 달러로 1년 새 1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2033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김주원 기자
여기에 인도 정부는 2040년까지 원유 운반선 112척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약 100억 달러(13조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해안 인접 5개 지역에 1만5000에이커(약 6000만㎡)의 부지를 확보해 조선소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총 1조5000억 루피(약 24조원)를 투입한다는 구상도 함께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등 포괄적 MOU를 체결한 데 이어, 8월에는 인도 해군의 대형 상륙함(LPD)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말부터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인도 항만해운수로부와 면담하고 힌두스탄조선소(HSL)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인도 정부 관계자들에게 자사 기술력을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인도는 향후 일반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예상되는 국가인 만큼 한국 조선사가 인도 현지 거점을 미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인도 현지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