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워너 인수 계약한 넷플릭스…딴소리 트럼프에 암초 부상 “시장점유율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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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억 달러(약 106조원)에 달하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이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인수전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돌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관여하겠다”며 태도를 바꾸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5 케네디센터 명예상 시상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에 대해 “그 거래는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고,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는 이미 매우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 하고 있고, 여기에 워너브러더스를 더하면 그 점유율이 크게 올라간다.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 결정엔 내가 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거래는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승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관여를 언급한 만큼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5 케네디센터 명예상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가 5일 워너브라더스의 영화·드라마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약 7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을 때만 해도 정부 승인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한 시간 넘게 면담하며 워너 인수 계획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너브러더스는 최고의 입찰자에게 팔려야 한다”고 격려를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은 영화계의 거센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할리우드가 추가 긴축과 구조조정을 각오하고 있다”며 “작가 협회와 극장주는 거래 불허를 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작가조합(WGA)도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이 가장 큰 경쟁자를 삼키는 건 애초 반독점법이 막고자 했던 유형의 거래”라고 꼬집었다.
미 영화관 단체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로이터에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결합은 북미 연간 박스오피스의 4분의 1을 없앨 위험이 있다”며 “전통 극장 상영 모델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최근 암울한 할리우드 분위기도 함께 소개했다. 스트리밍 거품이 꺼진 2022년 이후 제작 편수가 줄고 2023년 작가·배우 파업까지 겹치면서 2020년 이후 수만 명이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 여기에 독과점까지 겹치면 결국 작품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 경영진은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인수로 미국 내 제작 역량을 확대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며 “창작 인재에게 더 많은 기회와 업계 전반의 일자리 증가를 의미한다”고 F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역시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라는 분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랜도스 CEO를 놓고 이날 “영화와 다른 여러 분야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일 하나를 해냈다”고 치켜세웠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이 완료되면 넷플릭스는 배트맨·해리포터·왕좌의 게임 같은 워너브라더스의 간판 프로그램과 HBO의 제작 역량을 한꺼번에 품는 ‘게임체인저’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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