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계 첫 ‘SNS 셧다운’ 실험…호주, 10일부터 16세미만 접근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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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10일(현지시간)부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 100만명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이 차단된다. 정부 차원에서 SNS 이용 연령을 규제하고 나선 것은 호주가 전세계에서 처음이다. 다른 국가도 호주와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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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조이 존스(오른쪽)가 호주 멜버른에서 12살 인플루언서 딸 아바와 함께 있는 모습. AFP=연합뉴

호주 의회는 지난해 11월 16세 미만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주요 SNS 플랫폼은 10일부터 16세 미만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16세 미만의 신규 SNS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계정은 16세가 될 때까지 비활성화된다.

적용 대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엑스(X·옛 트위터), 스냅챗, 레딧, 트위치, 킥 등 10개 소셜미디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를 소유한 메타는 지난 4일부터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구글도 10일부터 16세 미만 이용자는 유튜브에서 자동 로그아웃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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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보는 호주 청소년. 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일부 국가에서 SNS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시도는 있었다. 미성년자의 SNS 가입과 활동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부모가 동의해도 소용없다. 책임은 플랫폼이 지도록 했다. 16세 미만 이용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2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각 플랫폼은 공인 신분증이나 얼굴 또는 음성 인식 기술, 검색 기록과 친구 목록 등을 바탕으로 한 ‘연령 추론’ 등을 통해 16세 이상 여부를 알아서 가려내야 한다.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을 얼마나 폐쇄했는지도 매달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호주 정부가 초강력 SNS 연령 규제 법안을 들고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 보호’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호주 퀸즐랜드 브리즈번에선 온라인상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던 14세 남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SNS 영향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나서서 법안 제정을 주도했다. 호주 인터넷 규제기관인 e세이프티에 따르면 지난해 13∼15세 청소년 중 57%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3%는 자살·자해하라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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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호주 시드니에서 10살 비앙카 나바로가 유튜브에 접속해 TV 쇼를 검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우회 계정으로 접속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겠냐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 국가를 숨기고 가짜 계정을 개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튜브 등은 계정 접속만 안될 뿐 영상 시청은 가능해 유해 콘텐트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또 데이팅 웹사이트나 게임 플랫폼, 인공지능(AI) 챗봇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연령 확인을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10대들 사이에서 SNS를 통한 소통 방식이 일반화된만큼 SNS가 차단되면 오히려 소속감이 떨어지고 고립되는 청소년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을 사용하는 사라이 아데스(14)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 세대는 SNS를 정체성 형성의 도구로 활용한다”며 “SNS를 없애는 것은 자기 발견과 소속감을 위한 중요한 통로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의 사례를 참고해 비슷한 조치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내년부터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호주와 인접한 뉴질랜드 집권 국민당 역시 16세 이하 청소년에게 SNS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회도 지난달 16세 이상만 부모 동의와 상관 없이 소셜미디어 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는 아예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차단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스페인도 최근 16세 미만은 법적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SNS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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