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 3사 합쳐도 中CATL에 못 미치는데…LFP 양산 나선 K배터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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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속속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삼원계, 중국은 LFP’ 구조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7년부터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2023년 말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에선 처음으로 중국 남경 공장에서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고, 올 6월부턴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내년 초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광범위하게 LFP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늦게나마 LFP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일부 전환해 처음으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충남 서산 공장에서도 연 3GWh 규모의 ESS 배터리 전용 생산 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삼성SDI도 내년 4분기부터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인 미국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 일부 라인을 LFP용으로 전환해 30GWh 캐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종선 삼성SDI 전략마케팅실장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8년 양산을 목표로 LFP와 미드니켈 각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며“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빠르게 따라잡고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이었던 국내 배터리 3사가 일제히 LFP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ESS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체계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흐름과 발맞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235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618GWh로 2.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SS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과 안전성인데, 여기에 부합하는 배터리가 바로 LFP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성능과 주행거리가 중요한 프리미엄 전기차에 적합하다. 반면 LFP는 밀도가 낮더라도 단가가 저렴하고 양극재 결정이 안정적인 육면체 형태로 구성돼 화재 위험성이 낮다. 전 세계 ESS 시장의 약 90% 이상이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구축돼 있을 정도로 ‘ESS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ESS 시장 배터리 수요는 아직 전기차 시장 대비 20~25% 규모”라면서도 “전기차 수요는 경기 변동, 소비자 선택 보조금 정책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ESS 수요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필요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일찌감치 LFP로 노선을 잡은 중국 업체들이 현재 ESS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 점유율(출하량 기준)만 30%를 넘는다. 국내 3사는 점유율을 다 합쳐도 10%에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 생산 라인을 LFP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LFP 시장을 점령한 중국 기업들과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회는 커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등 금지외국단체(PFE)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향후 비(非) 중국권에서 LFP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은 사실상 한국 뿐이기 때문이다. ESS뿐 아니라 테슬라·제네럴모터스(GM) 등 미 완성차 회사들도 LFP를 탑재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가 점점 다양해지는 만큼 기존 삼원계와 LFP 포트폴리오를 모두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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