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과급만 1억? SK하이닉스 "미국 ADR 상장 검토"...밸류업이냐, 직원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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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10일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한국거래소가 조회 공시를 요구하자 답변한 것이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ADR, ‘밸류업’에 도움 될까
ADR은 미국에 상장하지 않은 외국 기업이 기존 주식을 미국 예탁기관에 맡겨 발행한 증서로,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엔 포스코, 신한지주, SK텔레콤, KT 등이 미국 ADR로 상장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에 ADR 상장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 들어 243% 올랐지만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마이크론(메모리 반도체 3위)에 비하면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저평가돼 있고 ADR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중 ADR 상장 가능한 물량은 2.4%로, 9조원 상당이다.
TSMC처럼 ADR…‘직원 보상’ vs ‘주주 환원’ 충돌 가능성
반도체 기업이 미국 ADR 상장한 대표 사례는 대만의 TSMC다. 1993년 대만 증시에 상장한 TSMC는 1997년 미국 뉴욕증시에 ADR 상장했는데, 3년 새 시가총액은 1.5배가 됐다.
다만 주주 환원과 직원 보상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TSMC는 창업 초부터 전 직원에게 종업원주식배당제도를 운영했으나, 미국 ADR 상장 후 폐지했다. 자사주 성과급을 액면가 기준으로 계산해 ‘세금이 거의 없는 스톡옵션’ 식이어서 파격적 직원 보상이 가능했으나, 회계·재무제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아서다. 이후 TSMC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을 채택했다.
지난 9월 SK하이닉스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직원 성과급으로 모두 지급한다’는 내용에 노사 합의했고, 직원 1인당 성과급이 1억원 이상으로 추정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주 환원 요구가 거세지고,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도 부여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거론되는 ‘국민성장펀드’, ‘첨단 제조업 육성 위한 금산분리 완화’ 논의에서도 한 가운데에 서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앞으로 5년간 150조원 이상 투자하는 정책 펀드다.
전 세계적으로 AI 메모리 수요가 높은 데다, 지난 10월 SK와 삼성전자는 오픈AI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협약을 맺었다. 그러려면 막대한 반도체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최태원 SK 회장은 용인 클러스터 투자 규모를 기존의 120조원에서 60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SK가 오픈AI와 스타게이트 투자 의향서를 맺은 날 대통령실에 ‘금산분리 완화 방안 검토’를 지시했었다.
엔비디아·딥시크, AI는 ‘쩐의 전쟁’ 중
세계 반도체 업계는 전례 없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 발표를 시작으로 10월 노키아에 10억 달러, 11월 앤쓰로픽 100억 달러, 지난 1일 시놉시스 20억 달러 투자 등, 최근 3개월 새 총 180억 달러(약 26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오픈AI와 최종 계약을 협상 중인 ‘1000억 달러 투자’(약 146조원)는 별개다.
중국에서는 거대 자본이 AI·반도체와 결합해 잇달아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해 오픈AI와 구글을 긴장시킨 AI 모델 개발사 ‘딥시크’가 대표적이다.

딥시크. 로이터=연합뉴스
딥시크의 모태는 중국의 대표적 퀀트 투자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다. 퀀트 투자란 정량 분석과 수학·AI 모델을 활용한 투자 방식으로, 하이플라이어 내부에서 이를 연구하던 AI 조직이 2023년 분사해 딥시크를 만들었다. AI 기술력과 1만장 이상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미 보유해, 출발점부터 달랐다.
하이플라이어는 AI 반도체 기업 ‘무어스레드(Moore Threads)’ 투자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차이찡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중국산 GPU’ 업체 무어스레드는 상장 5일 만에 회사 주가는 공모가의 6.5배가 됐다. 금융자본이 AI 기술을 활용해 돈을 벌고 직접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여기서 얻은 기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하드웨어 투자에서도 수익을 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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