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일본 하늘과 바다 포위하듯 무력 시위…레이더 조사 공방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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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빈번해지고 있다. 중국 항모 랴오닝함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오키나와 섬 일대 해역을 S자 형태로 포위하듯 이동한 데 이어, 중국 폭격기가 러시아 폭격기와 함께 동중국해에서 일본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공동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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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0일 방위성 통합막료감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부터 오후에 걸쳐 동해 쪽으로 진출한 러시아 폭격기(Tu-95) 2대가 동중국해를 걸쳐 중국 폭격기(H-6) 2대와 합류했다. 일부 항공기는 남해 상의 한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 중첩 지역을 지나 오키나와 남부의 미야코지마(宮古島) 해협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상공으로 진출한 뒤 항로를 시코쿠 앞바다 쪽으로 틀어 올라갔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투기는 같은 루트로 회항해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 항로는 정확히 일본을 ‘ㄷ자’ 형태로 포위하는 형상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 J-16 전투기 4대가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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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가 발표한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의 공동 비행항로. 보도자료 캡처.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공동 비행한 지역에선 지난 5일 동중국해를 출발한 랴오닝함 선단도 이동을 이어갔다. 6일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난 뒤 7일에는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 동쪽 약 190㎞까지 북상한 뒤 방향을 틀어 9일까지 S자 형태를 그리며 포위하듯 이동했다. 통합막료감은 5일부터 8일 사이 랴오닝함에서 전투기와 헬기 발착이 약 140회에 달했다고 밝혔다.

NHK는 중국 항공모함이 태평양을 항해할 때 중·러 군용기가 공동 비행하고, 양국 폭격기가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방위성은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발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외교 경로를 통해 ‘중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중국의 무력시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통신은 랴오닝함이 새롭게 보급함과 합류함에 따라 앞으로 한 달 정도의 장기 항해가 가능하게 됐다는 방위성 설명을 전했다.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은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 권고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조치,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의 일본 전투기에 대한 레이더 조사(照射)까지 압박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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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자위대가 촬영한 중국 H-6 폭격기. 방위성 보도자료 캡처.

레이더 조사를 둘러싼 공방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이날 임시회견을 열고 중국 측이 훈련 규모 및 구역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레이더 조사가 사격 통제(화제 관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은 수색용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주장하며 중국 미디어를 통해 중국군과 자위대 사이 무선 교신 음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상 훈련을 일본이 방해했다는 취지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회견에서 “우리(일본) 나라가 대영공 침범 조치를 적절히 행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측이 약 30분에 걸쳐 계속적인 레이더 조사를 행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방위성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당초 방위성 내에서는 레이더 조사에 대한 대외 공표에 신중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측에 항의와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지만 양국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발표에 대해서는 필요하냐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다. 방위성 관계자는 이 신문에 “공표할지 미묘한 라인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이 발표에 적극적이었으며 공표하지 않으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약 9시간 만에 발표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실제로 지난 7일 새벽 2시가 지난 시간 중국 랴오닝함의 함재기가 일본 전투기에 대해 레이더 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긴급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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