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항모 위협'에도 침묵하는 트럼프…중국의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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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달 넘게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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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포코노 소재 마운트에어리 카지노 리조트에서 미국 경제와 생활비 부담 완화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지속적으로 양안(兩岸) 문제에 대해 역할 확대를 요청했고, 사나에 총리의 발언은 미측 요청에 대한 선제 대응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 자체가 수정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침묵’ 확인한 中…일본 압박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의도적 침묵은 사태 초기부터 확인된다. 지난달 7일 사나에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소셜미디어에 “더러운 목을 주저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극언을 한 때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폭스 인터뷰에서 ‘참수 발언’에 대해 “중국보다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는 다소 엉뚱한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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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 함상 에서 연설하는 동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자 중국은 유학 및 여행금지, 수산물 수입 금지 등 대(對)일본 경제 및 문화 제재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하며 미국의 미묘한 태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만 문제의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중국에서 나온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결과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답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미·일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주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일본의 실망감을 반영한 기사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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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존’ NSS에…中항모 오키나와 포위

미국이 지난 5일 새 국가안보전략(NSS)이 공개되면서 미국의 소극적 태도가 트럼프의 변덕 때문이 아닌 일종의 ‘전략적 이동’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1기에선 중국을 사실상 ‘적(敵)’ 또는 ‘전략적 경쟁국’으로 규정했지만, 트럼프 2기 NSS에서는 그런 표현이 모두 빠졌다.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2년 NSS가 중국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경쟁에서 능가할 것”이라고 했던 내용도 사라졌다. 대신에 “상호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조정할 것”이라며 경제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대중 전략 목표가 새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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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2024년 10월 말 남중국해에서 산둥(山東) 항공모함(사진에 보이지 않음)과 사상 처음으로 이중 항공모함 편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안보의 최우선 순위를 미국의 국경안보와 직결되는 서반구로 규정한 부분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역패권을 일부 인정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곧 G2 회동이 열린다”며 양국 관계를 ‘대등한 두 강대국의 만남’으로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G2라는 표현 자체가 중국을 미국과 동등한 쌍방 강대국으로 인정하는 의미여서다.

미국의 전략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은 일본과 대치 수위를 점점 올리고 있다.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이끄는 선단은 지난 5~7일 오키나와현 해역으로 접근해 오키나와섬을 에워싸듯 항해했다. 또 중국의 J-15 함재기는 일본 자위대의 F-15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로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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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미 국무부는 9일에야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공약은 흔들림이 없다”고 첫 공식 입장을 냈지만, 중국에 대해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론적 비판에만 그쳤다.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 등 미측이 요구하던 입장에 호응했다가 (국제적으로) 고립됐다”며 “이는 안보 파트너로서의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내심 한계’ 탐색?…KADIZ까지 진입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NSS를 통해 “제 1도련선 방어를 위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에 선제적으로 부응한 일본이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미국이 침묵하면서 미국과 ‘동맹 현대화’에 합의한 한국 역시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군용기 2대가 9일 오전 러시아 군용기 7대와 함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1시간여 진입한 뒤 이탈한 것도 이런 국제 정세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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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모호한 실용주의…약속하지 않겠다는 뜻”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재역 안보 의장은 “트럼프가 NSS에서 내세운 실용주의와 미국우선주의는 (안보 분야의) 특정 사태에 대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러한 모호성은 (중국 등) 강압적 행위자들을 고무시키고 동맹국의 불안을 야기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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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포코노 소재 카지노 리조트에서 경제 관련 발언 중 돈을 상징하는 듯한 손가락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트럼프의 참모를 비롯해 미국의 조야에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 있지만, 중국과 경제관계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마디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의 대표적 지한·지일파인 아미 베라(캘리포니아) 하원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간사는 그레고리 미크스(뉴욕) 외교위원회 간사와 함께 “미국은 모든 파트너들이 (중국의) 도전에 홀로 맞서지 않도록 협력한다는 뜻을 분명해 해야 한다”며 중국과 갈등을 겪는 일본에 대한 관세 완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백악관은 서한에 대해 별도 반응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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