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쇠퇴국 집합" 트럼프 맹공에도 유럽은 조용...교황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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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만난 레오 14세 교황(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오랜 세월 지속돼온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유럽을 뺀 채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상의해 만든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에 강요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9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뒤 “유럽 국가를 대화에 포함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정을 모색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전쟁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과 미래의 안보 보장도 논의되고 있는데, 유럽은 여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두가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에서 유럽을 배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10월 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 측 대표와 종전안을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포기·병력 감축 조항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종전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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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맹비난하며 종전안 수용을 압박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은 나약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쇠퇴하는 국가들의 집합”이라며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전복될 때까지 싸우도록 내버려 둘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5일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선 유럽이 경제적 쇠퇴를 넘어 “문명의 소멸” 위험에 처했다고 공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통해 성탄절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종전안 수용 여부를 수일 내에 결정하라고 통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전쟁의 이해 당사자인 유럽의 목소리가 협상에 반영돼야 한다고 교황이 주장한 것이다. 교황은 최근 유럽 관련 미국의 문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수십 년 간 유지된 유럽과 미국 간의 진정한 동맹 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와 미래의 동맹이어야 하는 (양국 관계를) 파기하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일부는 이런 행보에 동의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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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8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문 앞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부터) 등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교황의 우려에도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없이는 종전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일부는 이해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유럽과 독일이 안보 정책에서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유럽은 지난 8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츠 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독자적인 종전 수정안을 만들어 미국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변경 사항을 미국 측과 공유하고 곧 미국 국가안보팀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정안엔 집단방위 내용이 담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조약 5조와 유사한 조항이 포함됐다”며 “이외에도 영토 문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 걸림돌이 될 쟁점이 다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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