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동영 "제재 유지로 대북 협상력 확보? 반대…대통령도 NSC 구조 문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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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통일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대북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제재를 유지하고 인권 문제를 강조해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셈이다.〈중앙일보 12월9일자 1·5면 보도〉

정 장관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능력은 대화와 협상이 단절되고 제재와 압박, 고립을 가속화한 시기에 급속도로 고도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간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을 직시하는 용기와 전략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가운데 핵 능력을 인정하는 건 비핵화 목표를 흐리는 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재 해제를 대북 보상으로 보고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 전에는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이와 관련, 그는 케빈 김 대사대리가 자신과 만나 압도적 우위에서 대북 협상을 이끌기 위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중앙일보 보도를 언급하며 "동맹국 주재 대사와 우리 정부의 국무위원이 만나서 한 대화 내용을 얘기한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정 언론에 이것이 리크(유출)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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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통일부

정 장관은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조에 대해 "박근혜 정부 당시 손질해서 장관급과 차관급을 모두 상임위원으로 만들어 놓은 NSC 구조는 행정법 체계상 예외적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안보실 1·2·3차장도 NSC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이른바 '동맹파'와 한반도 문제 등에서의 주도권을 주장하는 '자주파'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말이 정부 안팎에서는 나왔다.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 내에서 특히 대북 접근과 관련해 이견이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일 수 있다.

그는 동맹국과 대북정책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통일부가 미국 당국과 필요시에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면서다. 이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미 간 정례적인 정책 공조 회의를 통해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 관련 사안을 조율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통일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장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된 내년 4월을 '관건적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정세를 평화로 전환해 낼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년을 남북 평화 공존의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미 간 조율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공조해 나갈 것이고 일본과도 협조와 소통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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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통일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을 일으켰던 '남북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장관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사실상의 두 국가 관계로 정립해 나가는 것이 바로 평화적 국가론이고, 평화 공존 제도화의 핵심"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인 남북기본협정으로 가는 토대인 이 개념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유지돼 온 우리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어 "통일 지향과 평화적이라는 표현은 빼고 그냥 '통일 포기론'이라거나 '두 국가가 웬 말이냐'고 왜곡하는 건 너무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또 "우리 국민 70%가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고 통일부가 최근 실시한 국민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강조했다.

통일부가 지난 2~8일 한국 갤럽에 의뢰해 18세 이상 국민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서로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관계'에 69.9%가 찬성했다. 또 '북한도 하나의 국가'라는 의견에 64.6%가 동의했다.

정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인민 생활의 개변을 위해 국제사회와 또 이재명 정부와 손잡고 협력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북한을 흔들 의사가 전혀 없고 북한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과도 대화하는데 남쪽과 대화 못 할 건 없지 않냐"며 "(남측과) 일체 만나지 말라는 정책 방향과 지침의 수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은 노동당 9차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당 전원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중요 결론'을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중요 결론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 종료 보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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