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만, 중국(대만) 병행표기 항의…중·일갈등 와중에 ‘중립’ 한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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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입국신고서 출발·목적지 기재 시 대만을 ‘CHINA(TAIWAN)’로만 선택할 수 있다. [뉴스1]

대만이 20년 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한국의 ‘중국(대만)’ 표기를 문제 삼으며 양국 관계 전면 재검토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최근 격화하는 중·일 갈등 국면에서 ‘중립’을 유지하려는 한국을 향한 압박 신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발단이 된 건 지난 2월 시행된 한국의 전자입국신고서(E-Arrival Card) 제도다. 이름과 여권번호 등 신상을 적는 ‘기본정보’ 항목에는 국적을 ‘Taiwan’ 즉 ‘대만’으로 기록할 수 있지만 ‘출발지’와 ‘목적지’를 기록하는 항목에는 ‘China(Taiwan)’ 즉 ‘중국(대만)’으로만 선택할 수 있다. 이전에 종이로 된 입국신고서를 수기 작성할 때는 국적이나 출발지를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었다.

대만의 항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은 지난 10일 “대만과 한국은 민간 교류가 매우 밀접하고 경제·무역 왕래도 매우 많다”며 “한국 역시 대만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9일에는 대만 외교부의 류쿤하오 동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 입국사증(VISA)과 외국인등록증 등에는 이미 2004년부터 China(Taiwan)로 표기해 왔다. 대만이 그간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적은 없다.

외교가에선 대만이 지금 와서 새삼 항의에 나선 건 중·일 갈등 구도 속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지난달 “대만 유사시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중국은 대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은 이런 과정에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중국은 지난 9일 러시아 군용기와 함께 일본 도쿄를 겨냥하는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도 함께 진입했다. ‘섣불리 한쪽 편을 들지 말라’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중·일 갈등에 대한 한국의 거리 두기가 오히려 양측으로부터 압박받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일본이 기대할 만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입장을 바꿀 경우 한국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의 본질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 전략에 한국이 어디까지 응답할지의 문제로, 한국은 앞서 나가기보다 미·중의 흐름을 보며 속도를 조절하는 관리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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