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칠레의 트럼프’ 카스트 대통령 당선…중남미 우경화

본문

bta3c6492ccd32fb5c2bc71fd862ea628e.jpg

14일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 AFP=연합뉴스

한국과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알려진 칠레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개표 결과, 개표율 99.33% 기준 카스트 후보가 58.18%의 득표율로 히아네트 하라 공산당 후보(41.82%)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공표했다.

하라 후보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도 통화에서 “대선 결과는 명백하며, 조국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며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던 보리치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됐다.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인물로, 하원 4선 경력을 갖고 있다. 그의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이었으며, 형은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에서 장관을 지냈다.

btd2d0e06651f7b41f5401da9bbcb76bac.jpg

14일 칠레 대선 결선 투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언행과 정치 스타일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불법 이민자 추방, 군 권한 확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엘살바도르식 대형 교도소 건설과 갱단 대규모 수감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의회 내 다수당 확보에 실패해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온건 우파와의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공예산 삭감,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 ‘시장 경제로의 회귀’를 약속했다.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카스트 당선인을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치안 악화와 경제 둔화 속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정권 교체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 유입과 강력 범죄 증가가 좌파 보리치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다비드 알트만 칠레 가톨릭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유권자들이 급격히 우경화됐다기보다는 좌파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안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카스트뿐이었다”고 말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사회적 분열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과 강한 좌파 시민사회는 향후 국정 운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칠레 대선은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엘살바도르 등으로 이어지는 중남미 우파 집권 흐름, 이른바 ‘블루 타이드’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인구 약 2000만 명의 칠레에서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한다.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중임은 허용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카스트 당선인의 리더십 아래 칠레가 공공 안전 강화와 불법 이민 종식, 양국 상업 관계 재활성화라는 공동 과제를 증진할 것”이라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68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