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진핑 만나고 ‘삼테 동맹’ 강화…이재용, 1년간 발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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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표 글로벌 광폭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5일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미국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난히 빡빡했던 올해 해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 구상에 들어간다. 오랜 기간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뉴삼성’을 위한 밑그림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8~15일 뉴욕을 시작으로 텍사스, 캘리포니아까지 미 대륙을 횡단하는 강행군을 마치고 귀국했다. 특히 텍사스주 테일러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른바 ‘삼테(삼성전자-테슬라) 동맹’ 강화는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월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6’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출장을 계기로 내년 가동을 앞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굳히고 테슬라와 기술 교류의 폭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리사 수 AMD CEO와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 ‘MI350’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이번 회동에서 AMD의 차세대 가속기용 6세대 HBM 공급 등에 관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본다.

김영옥 기자
이 회장은 올해 미국만 최소 5차례 방문하며 공을 들였다. 빅테크 리더들과의 회동은 물론 8월 방미 경제사절단 동행,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업인 골프 회동에 참석하는 등 한미 관세협상을 앞두고 ‘민간 외교관’ 역할도 했다.
이 회장은 연초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 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주문하면서 3월 중국에서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과 회동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단체 면담했다. 당시 출장은 삼성전기의 BYD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을 확정 짓는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도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과 만났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는 ‘깐부 회동’을 갖기도 했다. 지난달엔 아시아 최대 부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을 서울 서초사옥에서 직접 맞이했다.

이 회장은 내년도 사업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사장단 인사에선 박홍근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영입하고, 엔지니어 출신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대표 사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 부회장의 ‘투톱 체제’를 만들었다. ‘기술 인재’를 앞세워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우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될 6세대 HBM 상용화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선 2나노 공정 안정화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일이 시급하다. 스마트폰·가전도 AI와 융합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이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내년 등기이사직에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16~18일 노태문·전영현 대표 주재로 글로벌 전략 회의를 진행한다. 이 회장은 회의 내용을 사후 보고받은 뒤, 내년 초엔 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만찬을 갖고 신년 사업 전략을 직접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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