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아보이즈' 범죄 뭐길래 美 발칵…車 700만대 개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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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절도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 사진 트위터 캡처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700만대에 도난 방지 장치를 추가로 장착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에선 지난 2021년부터 특정 연식의 현대차·기아 차량이 키 없이도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절도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급기야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을 가리키는 ‘기아보이즈(Kia Boyz)’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미국 전역에서 큰 논란이 되자, 미국 35개주가 연합 조사에 들어갔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조치로 약 400만대 차량에 업데이트를, 기아는 약 310만대 차량을 개조하기로 했다. 하드웨어 개조는 각 지역 대리점에서 ‘아연 강화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틱톡(TikTok) 등에서 유행하는 차량 절도 수법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엔진 이모빌라이저 도난 방지 기술을 탑재하기로 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차량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엔진 시동을 제어하는 보안 시스템이다. 차량 열쇠에 고유 번호가 있는 암호화 칩을 넣어 열쇠와 자동차의 특정 부품이 맞아야 시동이 걸리게끔 해서 차량 도난을 예방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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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로 핸들 하단 부분 및 시동 거는 부분 장치를 뜯어내면 USB케이블로 시동을 걸 수 있는 영상이 미국 내에서 널리 유행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논란의 핵심은 2011년~2022년식 미국에서 판매된 일부 현대차·기아 차량에 이 장치가 없었단 점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종에 이 장치를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법으로 정한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다른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채택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미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에서 판매한 현대차·기아 차량 중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된 비율은 26%였지만, 다른 제조사 차량의 장착 비율은 96%였다.

현대차·기아는 그간 해당 차종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도난 방지 조치를 취해왔다. 또 2023년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하드웨어 개조까지 부담하는 것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절도 수법에 대응해 차량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번 조사에 들어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소비자 및 주 정부에 최대 900만 달러(약 133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한다. 또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주 법무장관은 현대차·기아가 해당 차량에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를 설치하는 데 5억 달러(약 7400억원) 이상이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의 비중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시장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총 170만829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의 규모와 도난 사건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저하를 고려했을 때 미국 당국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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