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주 AMD·부산 캐리어…남부권 데이터센터에 투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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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스타트업과 전통 중견기업, 대기업 계열사까지 신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AI 전환 사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부산·전라북도·전라남도 등 비(非)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도 데이터센터의 ‘기업·청년 유치 효과’에 눈을 떠 사업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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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모레가 전북특별자치도와 피지컬 AI 실증 위한 AI 데이터센터구축 등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김관영 도지사(왼쪽)과 조강원 모레 대표(왼쪽 두번째). 사진 모레

스타트업이 ‘전북 첫 AI 데이터센터’ 짓는다

국내 AI 스타트업 ‘모레(MOREH)’는 지난 16일 전라북도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사업’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모레가 206억원을 투자해 전주에 AI 데이터센터와 연구 거점을 마련하고, 연구 인력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피지컬 AI는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물리적인 시공간을 이해하는 AI다. 공장에서 사람과 로봇, 로봇과 로봇의 협업이 가능해 ‘스마트 제조’를 이룰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전북의 1조원 규모 ‘협업 지능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 조성 사업’은 지난 8월 예비타당성면제를 받았다. 전북도는 이 사업에 모레의 AI 인프라를 연계해 로봇·드론·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공통 기반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2020년 창업한 모레는 ‘엔비디아 독점’을 벗어나게 해줄 소프트웨어(SW) 개발사로 주목받아, AMD와 KT가 동시에 투자했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전용 컴퓨팅 플랫폼인 ‘쿠다(CUDA)’와 달리, 모레의 SW는 특정 반도체에 얽매이지 않고 AI 모델을 개발·서비스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도 엔비디아 GPU에만 의존하지 않고, AMD와 텐스토렌트의 AI 반도체를 활용할 예정이다. ‘AMD·텐스토렌트의 칩과 모레의 SW’를 결합해, 인근 기업·연구소에 클라우드로 제공하게 된다.

이는 전북 최초의 AI 데이터센터다. 전라북도 기업유치과 담당자는 “관내에 GPU가 들어간 데이터센터가 없어서 AI 연구를 하고 싶은 기업·기관의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방산 등 관내 기업이 벌써부터 사용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AI 반도체를 구경하기 힘들었던 ‘AI 연산 사각지대’가 해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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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텍캐리어는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내 데이터센터에 냉각장비를 납품한다고 밝혔다. 사진 오텍캐리어

부산 1조원 데이터센터, ‘캐리어’로 냉각

17일 오텍캐리어는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신축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데이터센터는 홍콩계 기업 원아시아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100메가와트(㎿) 규모로 짓고 있다.

캐리어는 일반·상업용 에어컨으로 유명한데, 데이터센터용 친환경·고효율 냉동기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전력 소모가 많은 GPU가 대량으로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는 ‘열 관리’가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회사는 “현재 국내 17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수주 진행 중이며, 7곳에는 이미 캐리어 제품이 설계에 반영됐다”라고 밝혔다.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해 전력 공급에 유리한 부산시는 일찌감치 데이터센터를 성장 먹거리로 키워왔다. 시에 따르면 현재 짓고 있거나 건립 예정인 민간 AI 데이터센터는 총 15곳(12조7000억원 규모)이며, 이 중 6곳은 부지·전력까지 확보했다.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는 “AI용 데이터센터는 첨단 설비가 필요해 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16일 전라남도 장성군 파인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4000억원이 투입되는 26㎿ 규모 ‘전남 1호 민간 데이터센터’에서 기계·전력·수배전 등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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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장성군 ‘장성 파인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 CJ올리브네트웍스

고용 적다고?…건설·설계·금융까지 지역수혜

데이터센터는 ‘건설하고 나면 사람없이 컴퓨터만 일하는’ 저고용 업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내 일자리 1개당 지역에는 3.5개의 추가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고임금의 지원 인력이 상주하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얘기다.

국내 지자체 담당자들은 AI 데이터센터가 다른 첨단 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마음껏 AI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인근에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인력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부산시 담당자는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지역 건설업체는 물론 소방·전기설계 기업과 지역 은행까지 고루 수혜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데이터센터 건축에 참여했던 국내 기업들이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기회도 얻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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