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회용컵값 따로 받으라고?"…카페 사장님들 벌써 한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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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 값을 따로 받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점주)에게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가 일회용 컵 가격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를 추진한다. 뉴스1
전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불편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가칭 ‘컵 따로 계산제’로 개편하겠다”며 “(일회용 컵을 가져가면) 매장에서 자율로 100~200원을 받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컵 가격은 사업자가 정하되, 최저선은 정부가 생산원가를 반영해 제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카페는 일회용 컵 비용(프랜차이즈 커피점 기준 100~200원)을 커피 가격에 포함해 받고 있다. 비닐봉투 유상 판매와 마찬가지로, 따로 받는 컵 요금 역시 점주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정책의 핵심은 커피 가격과 일회용 컵 가격을 분리 표시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컵 값 200원이 포함된 기존 커피 가격이 4000원이었다면 앞으론 커피 3800원, 컵 200원을 각각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가 컵 값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와 점주들은 당혹스럽단 입장이다. 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본사마다 점주에 공급하는 컵 단가가 다르고, 여기엔 배송비·인건비 같은 부가 비용도 포함돼 있다”며 “컵 가격을 따로 표시하면 ‘저긴 100원인데, 왜 여긴 200원이냐’는 소비자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음료 원가와 컵 가격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커피 값은 그대로인데 컵 값을 따로 받으면 소비자들은 결국 ‘커피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커 이로 인한 매출 하락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조상현(57)씨는 “일회용 컵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100~200원이 아까워서 텀블러를 쓸 것 같진 않다”며 “실효성은 낮고, 포스기에서 커피와 컵을 구분해 계산하는 데 시간만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진열된 일회용 컵. 뉴스1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도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이후 설거지를 맡을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두고 있다”며 “컵 따로 계산제가 시행되면 매장 이용객이 더 늘어나 설거지 부담이 커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잦은 ‘탈플라스틱 정책’ 변화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한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계속 달라지면서, 이전 제도가 자리잡기도 전에 새로운 정책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엔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을 경우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도입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전국 확대 시행이 보류됐다. 이재명 정부는 해당 제도를 폐기하고 ‘컵 따로 계산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제도로 인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명확한 기준과 함께 일관성 있는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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