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율 고공행진에...은행 외환규제 완화, 증권사는 서학개미 마케팅 스톱

본문

정부가 은행들이 쌓아둔 달러를 시장에 풀 수 있도록 외환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준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부추기는 국내 증권사의 수수료 무료 같은 해외 주식 투자 마케팅도 중단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원화가치 약세(환율 상승)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다.

bt95012b11c7c5f3b53029e552c8d1f769.jpg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 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구윤철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8일 ‘외환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은행과 수출기업 등이 달러를 시장에 풀도록 유도하는 각종 조치를 내놨다. 기재부는 규제 완화 배경에 대해 “기존의 제도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내국인 해외 투자 등으로 외화 유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최근의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보다 1.5원 오른(환율 하락) 1478.3원에 마감했다.

정부는 우선 시중은행이 외환시장에 달러를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달러 비상금’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는 위기 상황을 가정해 일정 수준 이상의 외화를 쌓아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외화를 충분히 쌓아두지 못해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면, 외화 확충계획을 세워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외환당국은 이런 규제가 평상 시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은 달러를 쌓아두는 원인으로 보고 확충계획 보고를 내년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미루기로 했다. 정여진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현장에서 은행이 불필요하게 쌓아두고 시장에 내놓지 않는 달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규제 부담이 줄면 묶여 있던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도 기존 75%에서 200%로 완화된다. 외환당국은 달러 빚을 과도하게 내는 걸 막기 위해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제한해왔다. 예를 들어 이들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은 자기자본이 10조원인 경우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7조5000억원으로 제한됐는데, 앞으로는 20조원까지 조달할 수 있다. 해외 본점 등을 통해 달러를 들여와 국내에 풀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급격한 외채 증가를 막기 위해 일단 200%로 완화하고 시장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기업에 대한 달러 대출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수출기업은 국내 시설 자금 목적의 외화대출만 가능한데, 이를 급여 등의 운전자금 목적의 대출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수출기업이 금융사에서 달러로 대출받아 이를 국내에서 급여 등을 지급할 때 원화로 환전하게 해 국내 금융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더 쉬워진다. 우선 외국인 개인투자자도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 개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 계좌 개설 활성화를 추진한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관련 불편도 줄이기로 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전문투자자 자격이 자동 부여되지만, 금융권에 이런 해석이 알려지지 않아 외환파생상품 거래 시 증빙 서류 등을 통해 사전에 확인받아야 하는 절차상 불편이 있었다.

증권사의 해외 투자 신규 마케팅도 중단된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 하락의 배경 중 하나로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 증가를 꼽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해외 주식 거래 관련해 증권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해외 투자 마케팅 자제 등을 요청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를 뒷전으로 한 채 단기적 수수료 수입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증권사는 거래ㆍ환전수수료 등으로 매년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데 개인투자자의 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하고 상당수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압박에 증권사들은 신규 가입 시 해외 투자 지원금 제공과 수수료 무료 등 관련 이벤트를 중단할 예정이다. 기존에 진행 중인 마케팅 역시 법률 검토를 거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기에 종료하게 된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21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