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워싱턴에 '이름' 새기는 트럼프…케네디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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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의 명칭이 18일(현지시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됐다. 재집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주요 명소에 벌여온 ‘내 이름 새기기’ 활동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워싱턴 D.C. 소재 미국평화연구소에서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 콩고 민주공화국의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과 평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 이후 연구소를 폐쇄했다가 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3일 미국평화연구소 외벽에 자신의 이름 '도널드 트럼프'을 새겨 넣고 연구소를 재개관했다. AFP=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 세계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로 구성된 케네디센터의 크게 존경받는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기로 의결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이 건물을 구하기 위해 이룬 믿기 어려운 업적 때문”이라고 적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영장인 존 F. 케네디 공연 예술 센터가 18일(현지시간) 명칭을 '케네디-트럼프센터'로 변경된다. 센터 이사회는 이날 명칭 변경에 대한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현재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뽑은 사람들로 구성됐고, 센터의 이사장은 트럼프 본인이다. AP=연합뉴스
레빗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케네디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이는 미래에 오랫동안 진정 훌륭한 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놀랐다. 영광이다”라며 “매우 저명한 이사진 중 한 명이 (명칭 변경을) 제안했고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건물을 살렸다”며 “의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했다.

현지기간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대변인 캐롤린 리빗이 케네디 센터 이사회가 해당 기관의 명칭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후 한 사람이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네디센터의 정식 명칭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였다.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연방 의회가 추모의 뜻을 담아 명칭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확정된 이름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을 벌이며 케네디센터의 기존 이사진을 물갈이하고 스스로 이사장을 맡았다. 이날 만장일치로 명칭 변경에 찬성한 이사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뽑은 사람들로 구성됐다.

지난 10월 2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북측 고지대에서 바라본 백악관 이스트윙 철거 현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트윙을 철거하고 이곳에 대형 연회장을 건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공화당 친(親)트럼프 성향의 하원의원들이 케네디의 이름을 빼고 아예 ‘도널드 트럼프 공연예술 센터’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을 때,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 마리아 슈라이버는 “미친 짓”이라며 비난했다. 이날 결정에 대해서도 “어떤 일들은 사람 말문이 막히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믿을 수 없게 만든다”며 “이럴 때는 침묵하는 게 낫다”고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케네디센터 오페라 하우스의 이름을 ‘멜라니아 트럼프 오페라 하우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바람에 뮤지컬 ‘해밀턴’은 케네디센터 공연 계획을 취소했고, 배우 톰 크루즈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상할 ‘케네디센터 공로상’ 수상을 거절했다.
트럼프의 이름이 붙은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미국평화연구소(US Institute of Peace)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외벽에 새긴 뒤 재개관했다.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평화연구소’로 변경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평화연구소(USIP) 외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고 명칭을 표시되어 있다. 노벨평화상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법률로 제정된 해당 연구소의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평화연구소'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AFP=연합뉴스
해당 연구소는 1984년 법률로 설립한 연구소로, 뉴욕타임스(NYT)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법으로 정한 연구소의 이름을 바꾼 것은 노벨 평화상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자신을 훌륭한 외교적 협상가로 묘사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물고 짓고 있는 백악관 이스트윙(동관)의 대형 연회장의 이름에도 ‘트럼프’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시간 17일 워싱턴 백악관 서쪽에 위치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 설명문이 새겨진 새 명판이 부착된 초상화들이 보인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 서쪽에 ‘대통령 명예의 거리’를 조성하고 역대 대통령의 사진을 전시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얼굴 사진 대신 ‘오토펜(자동 서명기)’ 사진을 걸었다. 17일엔 자신이 직접 쓴 동판 설명을 추가로 설치하고 “졸린 조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는 내용과 함께 “역사상 가장 부패한 선거를 통해 취임한 바이든은 전례 없는 재앙을 초래해 우리나라를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내용을 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워싱턴을 연고지로 하는 미식축구(NFL)팀 워싱턴 커맨더스의 새 경기장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덜레스 국제공항의 명칭을 ‘트럼프 공항’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고, 재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1달러 동전을 제작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뒤로 트럼프 골드 카드 포스터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반면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는 그의 정치적 고향인 뉴욕에서 ‘트럼프 지우기’가 진행된 적이 있다. 당시 초호화 주상복합 빌딩 ‘트럼프 플레이스’에 거주하던 주민 600여명은 온라인 청원을 통해 외벽에 붙은 ‘트럼프’라는 도금 글자를 떼어냈다. 트럼프 당시 당선인의 이름이 붙은 건물에서 살기가 창피하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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