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정부 고위 간부 “핵 보유해야” 발언 파장…야당 “파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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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에 파문이 일고 있다. 강경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후 58년간 줄곧 지켜져 오던 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발언이 알려지자 “조기 사임”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지난 1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정권에서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총리 관저 간부는 전날 일본 취재진에게 사견을 전제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증강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중해지고 있으며, 미국이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같은 발언을 내놨다.
핵무기를 “편의점에서 사 오는 것처럼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일본의 핵 보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일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비핵 3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 총리 시절이던 1967년 국회에서 비핵 3원칙을 밝힌 이래 정부 방침으로 핵을 보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는 정권 출범 후인 지난 11월 중의원(하원)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 질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총리 취임 전 “(핵을) 반입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어떻게 생각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혀온 만큼 역대 정권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것을 국회에서 확언하지 않은 것이다.
핵무기 보유 발언을 한 고위 간부는 다카이치 총리와 비핵 3원칙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해당 간부 발언에 대해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 입장에서 현저하게 벗어났다”며 “국내외에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반발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조기 사임을 요구했다. 노다 대표는 이날 회견을 열고 안전보장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매우 놀랐다”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곁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이토 요시타카(斎藤嘉隆)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자민당 측 인사와 만나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도 “용서할 수 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며 “파면에 상응하는 중대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시바 시게루 정권에서 방위상을 지낸 나카타니 겐(中谷元) 자민당 의원도 “친구 내각(친분 있는 인사로 꾸린 내각)이란 말을 듣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람을 인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비핵 3원칙을 정책상의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과의 핵 공유 검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국제 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NPT 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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