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 신뢰 싹 틔워야…그 역할은 통일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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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열린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인내심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가 완화할 수 있도록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 역할을 역시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외교부와 통일부 사이에서 불거진 대북정책 주도권에 대해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양 부처 업무보고의 모두발언 대부분을 북한 정세와 남북관계 평가에 할애할 만큼 대북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겠다는 얘기를 제가 드린 것처럼 남북 간에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력하고, 공존·공영의 길을 가야 하는데 지금은 바늘구멍 하나도 여지가 없다”면서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북측이) 접촉 자체를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을 우리 입장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대북 구상을 설명하고 관련 질문을 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의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외교부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갈등이 고조된 양 부처 중 어느 한쪽에 힘을 강하게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등거리’를 애써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외교부에 대해선 “외교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특히 국가 위기 때마다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교부는 업무 처리나 이런 것들이 특히 무리 없이 하는 게 전문인 기관이어서 그런지, 제가 책 좀 잡아 보려 했는데 책잡을 게 별로 없어 아쉽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각 부처들이 고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갈등설을 의식한 듯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의 ‘안보 관계 장관회의’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모두 발언처럼 양 부처의 업무보고는 남북 관계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선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일반 국민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를 보는 데 제한이 있는데, 이 대통령은 “그냥 열어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는 그런(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다른 부처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며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근거한 특수자료 지침에 의해 (열람을) 묶어 놨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국정원은 안 넘어가는데 국민들은 홀딱 넘어가서 빨갱이가 되지 않을까 종북주의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원산·갈마 관광 구상에…조현 “방법론 분명히 달라” 이견 감지도
이 대통령은 한국인이 느끼는 북한의 남침 우려를 ‘선전’으로 표현하고, 오히려 북한이 한국의 북침을 우려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거나 선전 당해왔다”며 “‘북한이 남침하려고 한다’, ‘남한을 노리고 있다’ 이런 얘기들도 많이 하고 그러한 주장들도 상당히 근거 있게 보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북한은 혹시 ‘남쪽이 북침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3중 철책을 치고, ‘혹시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해서 평원 지역에는 방벽을 쌓고 다리 끊고 도로 끊고 그런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 남아있는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판문점에서 넘겨주면 제일 좋긴 한데 (북한의) 반응이 없으면 그렇게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다.
정 장관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마 수천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원산·갈마에 가고자 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개발 중인 국제 원산·갈마 지구 ‘평화 관광’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제3국 재외동포-중국 관광객-국민’ 순으로 개별 관광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비공개 업무보고에선 정부의 독자 제재인 5·24 조치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질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비공개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5·24 조치는 사문화 상태”라고 말했다. 5·24 조치의 해제 선언을 추진하는지에 대해서도 “결국 타이밍이 문제다. 발표를 한다면 통일부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발표한 대북 독자 제재다.
이런 통일부의 구상에 대해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된 건 아니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사실 가슴이 뛸 정도로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고, 천재일우의 기회로 저도 느끼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방법론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그런 말씀을 오늘은 아니지만 저도 드린 바 있고, 대통령도 이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미국과의 공조 하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주파의 원로격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운영과 관련해 “위성락 (NSC) 실장이 아주 늠름하게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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