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본 금리 0.75%…30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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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금리 있는 시대’로의 변화에 속도를 높였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0.7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기준금리가 0.75%로 올라선 건 1995년 이래 30년 만의 일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BOJ)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을 해도 “실질 금리는 매우 낮다”며 “경제, 금융환경, 물가 반응을 잘 지켜보고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새 기준금리 적용은 오는 22일부터 시작되지만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채권 시장에서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6년 만의 최고 수준인 2.01%로 올라섰다(국채 가격 하락). 다만 시장 예상대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영향으로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156엔대를 기록하며 큰 폭의 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에도 코스피는 큰 동요 없이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6.04포인트(0.65%) 오른 4020.55에 장을 마쳤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엔화 대출로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위험자산에 투자된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BOJ 총재 “금리 매우 낮다” 추가인상 시사…국채 금리 2%대로 상승
다만 이번 금리 인상은 예고된 이슈라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만 자취안지수(TAIEX)는 0.83% 올랐고 상하이종합지수(0.36%), 선전종합지수(0.98%) 등 중국 본토 증시 주가도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1.03% 뛰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일 대비 2.0원 오른(환율 하락) 147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에다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타이밍이 늦어지면 나중에 매우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재촉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이 완만한 금리 인상의 적기라는 얘기다.
우에다호(號)가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오랜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잃어버린 30년’ 탈피를 위해 일본은 그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거치며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돈 풀기(금융 완화)를 실시했다. 일본은행 역시 이 기조에 맞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쳐오다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탈출을 선언했다.
금리 있는 시대로의 진입을 시작한 우에다 총재는 같은 해 7월엔 기준금리를 0.25%로, 올 1월에는 0.5% 수준으로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 역시 이 같은 기조에 따른 것으로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처음으로 정책 금리가 0.75%를 기록하게 됐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간 요원했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탈피’ 선언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완만한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우에다 총재 생각의 근거엔 높은 임금 인상률이 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가 집계한 올해 임금인상률은 5.25%로 1991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는 “기업의 대응 방침이나 일본은행의 본·지점을 통한 히어링(청취) 정보에 따르면 계속해 뚜렷한 임금 인상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엔저에 따른 고물가 역시 금리를 올리는 배경이 됐다. 지난달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에 이어 3.0%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일본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행 성명과 우에다 총재 발언 모두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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