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판도라 상자'엔 클린턴만?…엡스타인 파일서 트럼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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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를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로 불렸던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가 19일과 20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됐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관련 사진이 대거 공개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은 거의 없는 데다 일부 사진이 하루 만에 삭제돼, 자료가 선택적으로 공개되거나 검열을 거쳤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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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이 사진에는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공화당 의원까지 합류해 만장일치 수준으로 통과시킨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공개 시한인 이날 관련 자료를 웹사이트에 일부 공개했다. 10만 페이지가 넘는 문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료는 거의 없었고, 공개된 파일 중 16건은 공개 하루 만에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삭제된 사진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것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이번 자료 공개에 대해 “사진과 동영상, 법원 기록 등 삭제 없는 신속한 자료 공개를 요구해왔던 비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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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건 중에 포함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 클린턴 전 대통령인 신원 미상의 여성과 다정한 포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개자료 중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촉구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수영을 하거나, 얼굴이 가려진 여성의 허리 쪽에 팔을 두른 사진, 욕조에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 등이다. 이외에도 마이클 잭슨, 믹 재거 등 스타들과 함께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법무부는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온수 욕조 사진 중에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반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진이나 문서는 거의 없었다. 클린턴 측은 “이 사안은 클린턴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희생양이 아니라 답을 원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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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유품 사진들. 공개된 자료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 다수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파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그린 그림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루만에 ‘트럼프 자료’ 등 일부 삭제”

AP통신에 따르면 공개된 자료 가운데 최소 16개의 파일이 하루 만에 삭제됐다. 이중엔 트럼프 부부와 엡스타인, 맥스웰이 함께 찍은 사진,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는 서랍 사진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삭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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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법정 소송 관련 문서. 로이터=연합뉴스

CNN은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던 일부 사진들이 사라졌고, 웹사이트에 공개된 일련번호 형태의 파일 중에서 해당 파일이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는 전체 증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즉각 모든 파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사건의 희생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자료가 대부분 가림 처리가 된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게시된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 가운데 119장은 페이진 전체가 검은 칠로 완전히 가려졌다.

초기 피해자 중 한명으로 알려진 제스 마이클스는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고 있나. 은폐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에게 20살 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해 온 마리케 샤르투니는 “모든 것이 가려져 있다면 투명성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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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에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 공개 자료 속에서 '트럼프'를 검색하자 '결과가 없다'는 문구가 출력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선별공개 논란에…“법 부합하는 것 공개”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선별 논란과 관련 ABC에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개 가능한 모든 파일은 공개돼야 한다고 했고 우리는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이름이 언급된 모든 파일이 공개되느냐’는 질문엔 “법에 부합한다는 전제로 한다면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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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서.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의 대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림 처리가 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트럼프가 엡스타인을 찾는 전화를 했다’는 손 글씨 메모도 공개됐다. 다만 해당 메시지가 언제 작성됐는지, 어떤 용건으로 전화를 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블랜치 부장관은 오히려 “민주당이 엡스타인 자료 중 일부만 선별 공개해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9만5000여장의 사진 중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등을 부각해 공개한 것을 지적한 말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의회가 정한 자료 공개 완료 시점인 19일이 되어서야 자료 공개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선 “피해자의 이름을 가리는 일과 다른 세부적 정보 확인 등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다”며 엡스타인 문건 공개가 사실상 자료의 ‘전면 공개’와는 거리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전면 공개’ 명령에도…“이름 가리는 일 등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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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제공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개인 소장품에서 나온 이 날짜 미상 사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엡스타인(가운데)과 함께 미상의 여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FP=연합뉴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 등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거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등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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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측이 공개한 자료 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그와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했기 때문에 성범죄 연루 의혹이 제기됐지만, 자신은 아무 연관성이 없으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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