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본 미리 조문한다" 안중근 유묵 첫 공개…'절단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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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고해상 디지털자료로 공개한 '안중근 유리건판 사진 자료'. 해당 유리건판 자료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 직후 러시아와 일본 당국이 촬영한 원본 사진을 조선총독부가 유리건판 형태로 복제한 것이다. 사진은 러시아 관헌에게 체포된 직후, 안 의사의 신병이 러시아 측에서 일본 측으로 인계된 이후 등 크게 두 차례에 걸쳐 촬영된 안중근 의사의 모습.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긴 탄식 끝에 한마디로 일본을 미리 조문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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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선조일본(長歎一聲先弔日本)' 환수를 기념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통일이 독립이다'가 2026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열린다. 사진은 세로 135.5㎝, 가로 41.5㎝에 이르는 유묵 전체. 사진 경기도박물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순국 직전 중국 뤼순형무소에서 일본인 고위 간부에게 남긴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이 115년 만에 국내에서 첫 공개됐다. 경기도박물관이 해당 유묵을 포함해 관련 유물·자료 31건을 선보이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통일이 독립이다’를 통해서다. 폭 41.5㎝, 길이 135.5㎝ 크기의 명주천에 쓴 ‘장탄일성…’의 왼쪽 아래 수결란(서명하는 곳)엔 ‘일천구백십년 삼월 동양지사(一千九百十年 三月 東洋志士) 대한국인 안중근 여순옥중서’라고 쓰여 있다. 2000년 일본에서 존재가 처음 알려졌고 지난 5월 가까스로 국내 귀환했지만 진위 논란 속에 수차례 감정과 소장 주체 변경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순국 직전 '장탄일성 선조일본' #2000년 일본서 발견, 올해 환수 #경기도박물관, 내년 4월까지 전시

지난 20일 특별전 개막에 맞춰 경기도박물관 아트홀에서 ‘안중근통일평화포럼’이 열려 해당 유묵의 감정 근거가 공개됐다. 발표를 맡은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 원장은 “서예 감정 땐 필기 습관, 필압, 필획의 시작과 끝, 글자 간격, 필기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데 특히 안 의사의 경우 왼손바닥 인장(印章)이 결정적”이라며 “단지(斷指)로 인해 절단된 약지의 독특한 흔적뿐 아니라 전체적인 손주름(손금)의 특징점(단선, 개시점, 분기점, 접합점, 종지점, 도형선 등)을 볼 때 위작일 수 없다”고 했다. 보물로 지정된 유묵 ‘天與不受反受其殃耳(천여불수반수기앙이: 하늘이 준 것을 받지 아니하면 도리어 그 벌을 받는다)’과 비교해서다. 이름의 근(根) 자를 쓸 때 획의 변화도 보물 지정 유묵 중 유사 사례가 3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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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선조일본(長歎一聲先弔日本)' 환수를 기념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통일이 독립이다'가 2026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열린다. 사진은 유묵의 손바닥 인장 부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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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통일평화포럼’에서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 원장이 제시한 안중근 유묵 위작 사례(왼쪽 첫째, 둘째)와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는 유묵 속 손바닥 인장.

앞서 안 의사 유묵엔 ‘경술’이라는 간지(干支) 연호와 ‘대한국인 안중근’ 등 칭호가 일반적인데 ‘장탄일성’에선 서기 연도(1910년)와 ‘동양지사’를 써서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에서 수차례 안중근 유묵 전시를 열었던 서예 전문가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별도 발표를 통해 “안 의사가 남긴 옥중 유서에도 ‘1910년 경술 2월 15일’ 등 서기 연도가 보이고 1909년 하얼빈 의거 때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것과 달리 순국 시점엔 ‘동양평화만세’를 강조했단 점에서 ‘동양지사’도 이례적이지 않다”고 했다.

서체와 관련해선 “전형적인 안진경체를 본인 스타일화 한 작품”이라며 “글씨로써 죽음을 초월한, 김영호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이 이름 붙인 바 ‘초사체(超死體)’라는 작명이 아깝지 않다”고 평했다. 이어서 “이 유묵이 가짜라면 기존에 보물 지정된 유묵이 다 가짜란 얘기다. 선명한 손바닥 인장 덕분에 오히려 앞으로 진본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당 유묵은 2000년 김광만 KBS 다큐멘터리 PD(현 윤봉길 의사 기념센터장)가 일본에서 발견했다. 소장자는 안 의사의 재판을 관할했던 만주의 관동도독부 고위직을 역임한 집안으로 일본 현지 분위기상 유묵 보관 사실을 숨겨왔다고 한다. 이 관장은 “안 의사 유묵 주제는 시대 고발, 교육· 계몽운동, 독립전쟁, 수양과 공부, 순국, 동양평화 등 다양한데, ‘일제는 망한다’는 의미의 조문(弔問)을 쓴 결의라든가 수결에서 스스로 ‘동양지사’임을 밝힌 유일한 작품이란 점 등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유묵은 지난 5월 귀환 후 경기도박물관 측이 경기문화재단 기금을 통한 구매 의사를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진위 공방이 일면서 무산됐고, 결국 재감정을 거쳐 광복회경기도지부에서 최종 구매했다. 이를 위탁받은 경기도박물관에서 국내 첫 공개가 이뤄졌다. 내년 4월 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명성황후가 쓴 ‘옥골빙심(玉骨氷心)’, 양기훈이 그린 ‘민영환 혈죽도(血竹圖)’, 한용운이 짓고 쓴 ‘조선독립의 서’, 김구가 쓴 ‘홍익인간(弘益人間)’ 등 다양한 글과 그림, 사진·영상자료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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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선조일본(長歎一聲先弔日本)' 환수를 기념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통일이 독립이다'가 2026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열린다. 사진은 명성황후가 쓴 옥골빙심(玉骨氷心). 사진 경기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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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선조일본(長歎一聲先弔日本)' 환수를 기념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통일이 독립이다'가 2026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열린다. 사진은 성환·안성·아산 등지에서 벌어진 청일전쟁 장면을 담은 일본판화. 사진 경기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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